일상 속에서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likebnb
2010. 7. 16. 08:45
꽃이 피고나면 이윽고 그 꽃이 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또 그렇게 꽃이 져야만 그 자리에 열매가 들어 앉습니다.
그리고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구요.
이것이 순리일진데 만약 꽃이 스스로 원하기를
'이대로 지는 것이 싫다. 난 영원히 이 모습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라고 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꽃이 지는 것이야말로 그 모습을 후대에 전하는 유일한 방법일텐데 말입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깔아 놓은 아스콘 위로 벚꽃의 꽃잎들이 내려 앉았습니다.
가장자리 쪽으로는 두텁게 모여들었네요.
말 그대로 꽃길이로군요.
진달래과의 나무들 사이 사이의 흙 위에도 살포시 내려 앉았습니다.
이제 막 피어난 민들레 옆에도 찾아왔구요.
또 다른 꽃잎이 길가에 내려 앉았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진열대에 진열한 것처럼.
비록 상처로 얼룩졌지만 그래도 화려하고 우아했던 목련꽃입니다. 내년 봄에도 어김없이 찾아 올 것입니다.
낙화(落花)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저도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그 때가 되면 아름답게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