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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남자

연애 소설 읽는 노인 (The Old Man Who Read Love Stories) - 루이스 세풀베다

by likebnb 2010. 6. 22.



루이스 세풀베다를 처음 접한 것은 얼마 전 그의 소설 핫라인을 통해서다.
근래에 책을 통 읽지 않은 탓에 그런 작가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던 터에 새롭게 만난게 된 루이스의 작품과
그의 작품활동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는 나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했다.

그런 연고로 그를 세상에 알리게 된 데뷰작인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실은 도서관의 서가를 이리 저리 배회하는 중에 이 책의 제목을 얼핏 보았었지만 '연애 소설'이라는
제목의 한 부분이 가져다 주는 선입견에 외면했었던 기억이 있다.

다 늙은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어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없애준 계기가 된 것은 핫라인이라는 단편을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스토리가 아니라 메시지라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 것이다.





우선 루이스 세풀베다는 남아메리카의 칠레에서 1949년에 태어났다.
군사정권에 맞서 반체제 운동에 참여하다 수감되었고,  국제인권위원회의 노력에 힘입어서 독재정권으로부터
추방되어 망명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 망명생활 동안의 그의 행적이 결국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쓰게 된 자양분이 된 듯 하다.






아마존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질서를 허울 좋은 명목과 욕심으로 파괴하는 인간과 맞서는 자연의 절규를 그리고 있으며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는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우리가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인간이 양보하는 것이야 말로 자연의 풍요를 공유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 노인의 이름이다.
일찌기 고향을 떠나 이주해 온 아마존의 한 개척지에서 부인 - 부인의 이름은 무척 길다.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 - 을 잃고 홀로 살던 노인은
아마존의 원주민인 수아르족과의 인연을 통해 아마존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이렇듯 노인이 체득하게 된 자연의 법칙과 공존의 지혜는 어느날 찾아온 사건으로 인해 그 진가가 드러나게 되고
아이러니컬 하게도 아마존의 우기가 시작될 무렵에 벌어진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노인과 아마존 밀림의 공존은
위협받게 된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기 위해 줄거리는 이 정도로 갈음하겠다.
이 소설을 읽는 중에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서 그 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발견한 대목이 있다.

노인은 책을 읽을 때 아주 천천히 한글자 한글자, 단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서 잘 삭힌 뒤에
소리나는 언어로 바꾸어서 운율이 있는 문장을 만들고, 그것을 자신의 귀에 들려줌으로써 인식과 연결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홍수 처럼 쏟아져 나오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만을
빠르게 습득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의 독서 - 진정한 의미에서 독서가 존재할 지도 의문이다. - 에서는
권장할 만한 방법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노인의 이런 독서법을 나 자신에게 되찾아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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