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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26

나는 계절을 기록하고 있다 한낮에는 뜨거운 햇볕에 엄두가 나질 않다가 해가 기우니 그나마 움직일만 하다. 오랫만에 카메라를 챙겨들고 아파트 주변을 걸었다. 처음 시작은 '산딸나무'를 찍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한 장 두 장 찍다가 보니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았다. 오월의 싱그러움을 이어 받아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유월 초순, 연두빛 고운 잎들은 이제 제법 짙은 초록이다.고개를 들어 하늘은 올려다보면 "녹색들"이 보인다. 단풍나무 꽃이 진 자리에 날개 모양의 열매가 맺혔고, 아직 이르지만 단풍잎은 머지 않아 찾아 올 가을을 준비한다.오월의 꽃 장미는 아직도 위용을 뽐내고 있다.벗꽃이 진 자리엔 버찌가 들어차서 빨갛다 못해 검붉은 빛을 띤다.산딸나무의 꽃받침은 십자모양의 특유의 자태를 한 없이 드러내고이름 모를 작은 꽃 주위.. 2013. 6. 9.
살아 있는 동안 걷는다면 그것이 나의 길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옥수동에서 서울숲으로 진입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 중에 발견한 이 담쟁이를 만난 것이 벌써 오래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무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햇살이 따가운 날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녀석의 걸음걸이가 당차 보이지 않을 수 없었지요. 과연 이 친구는 그 걸음걸이의 속도가 어느 정도일까요? 토끼와 경주를 벌였던 거북이나 나무 위에서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르는 나무늘보, 아니면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와 견줄 수 있을까요.말도 안되는 소리죠. 맞습니다. 웅크리고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 봤지만 이 녀석이 그 발을 떼는 것을 볼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친구가 이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일, 수학적인 공리와 공.. 2012. 12. 2.
헤이리의 가을, 꽃 "헤이리에 가 보셨어요?" 이미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아, 거기!" 아니면 "아, 거기..."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이시리라 생각합니다.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곳, 재미 있는 형태의 건물들이 많은 곳, 특별해 보이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곳 등 헤이리를 설명하는 표현들이 있지만저에게 있어서 헤이리는 각양각색의 식물들과 더불어 꽃들이 많은 곳입니다. "어디 이 꽃 이름 아시는 분 없으신가요?" 헤이리엔 유난히 꽃이 많습니다. 아니 도심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어서 헤이리가 많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요.그리하여 얼마 전에 시간을 내서 헤이리에 다녀왔습니다. 가을꽃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구요.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참 많더군요. 이름을 불러주기 전엔 "의미"로 다가올 수 없을텐데... 무지를 한탄 할 수 .. 2012. 9. 23.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사진 한 장 이 사진 속의 계절은 무엇일까? 꽃 피는 봄일까, 아니면 무더운 여름일까. 풍요의 계절 가을일까. 아니면 동장군이 위엄을 떨치는 겨울일까. 그냥 사진 만 봐서는 좀처럼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기억에 의존할 뿐. 사진 속의 저 곳을 다녀왔던 그 때, 그 곳에 함께 했던 이들. 그리고 그 시절의 기억들이 이 사진 속의 계절을 가늠하게 한다. 지금은 그나마 기억하지만 언제고 다시 이 사진을 보게 되었을 때 여전히 기억을 해 낼 수 있을까? 파도가 밀려오는 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 가뒀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순간의 파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들 기억 속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지만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란 것도 서서히 희미해질 것이다. 2011년 4월 1일, 경포.. 2011.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