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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26

네 스스로 건널 수 있을 때 까지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혼자서는 무서워도 아버지의 따스하고 믿음직한 손을 잡고 건너는 징검다리는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까지 한 어린 딸이 있습니다. 신기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걸음 한걸음이 무섭기도 한 딸 아이의 손을 붙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버지는 먼 장래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내 손을 의지하고 부여잡고 놓지 않는 딸이지만 언제고 스스로 혼자서 징검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어느날이 오면 아버지의 손에 잠시 맡겨졌다가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 남편이 된 다른 남자의 손을 붙잡고 영영 떠나 갈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린 딸의 징검다리를 건너던 그 시절에 붙잡았던 그 손의 따스한 온기가 언제까지나 가슴 속 깊은 곳.. 2010. 7. 18.
지금 내 마음은... 지금 내 마음은 누가 봐도 그냥 알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저기 저 징검다리 사이 사이를 흐르면서 동요하는 물살들 처럼 잔잔한 듯 하던 마음이 어느덧 시끌벅적하게 요란스럽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조용하게 살면서 평온하게 잔잔하게 고요한 물 흐르듯 살아가고 싶지만 이렇게 문제를 만나면 그 좁은 틈바구니를 헤집고 지나는 동안 온갖 잡음이 일어나고 마음 속은 격동하는 소용돌이들이 무수히 생겨납니다. 사실 물줄기라는 것이 겉으로 보면 잔잔하여 아무 일도 없이 고요한 것 같지만 그 수면 밑으로는 나름대로 에너지 넘치는 흐름의 줄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 흐름을 막는 무엇인가가 나타나면 더 이상 그 에너지를 감출 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더 많은 물을 담아 그 수위가 높아져서 문제들을 삼켜버리지 않는 이상.. 2010. 7. 18.
삶의 빛 -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움큼을 떠내 소중하게 담아두는 것 서기 이천십년의 봄은 그 따사로왔던 봄볕은 저의 앨범에 몇 장의 사진으로 그리고 단편의 기억으로만 남고 영영 시간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흘러가버린 시간의 강물은 어느샌가 또 다시 기억의 빗방울로 내게 찾아와 소리 없이 내 가슴을 적셔 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고향의 봄에 언덕에 올라 내려다 보던 풍경과 많이도 닮은 이 광경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앙금처럼 내려 앉아 있던 그 때의 기억이 살아나는 것을 느끼는 것 처럼 말입니다. 또 다시 세월이 흐르고 강산의 모습이 바뀔 즈음이면 나는 이 때의 봄을 기억해 낼 어떤 계기를 만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어김없이 이 사진 속의 영상이 떠올려질 것입니다. 사진을 담는다는 것, 특별히 빛을 담아내는 일은 시간의.. 2010. 7. 13.
삶의 빛 - 어린 시절의 기억, 사월의 봄볕 제가 어릴 적에 국민학교 사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그 때도 사월 초였지요. 간밤에 신열이 오르고 의식이 희미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기억이 나는 것은 검정 테두리에 하얀 바탕을 한 벽시계가 아홉시를 가리키고 있던 것과, 열려 있는 창 밖은 깜깜했던 것, 그리고 누군가가 창 밖에서 나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물론 앞의 두 가지는 객관적인 사실임에 틀림 없는 것이고 마지막의 그것은 내 귀에만 들렸던 환청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기억나는 것을 종합해보자면 그날 오후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아팠을 것이 분명한데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전혀 모르겠고 단지 저녁 아홉시에 잠에서 깨어난 듯 잠깐 의식이 분명해졌었다는 것과 그 때 밖으로 나가려 했었다는 것입니다. 창 밖에서 나를 부르.. 2010.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