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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26

삶의 빛 - 빛과 그림자 북청동에서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골목길들을 누비다가 발견한 어느 집의 담장입니다. 모퉁이가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빛이 비취는 부분과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으로 나뉘는군요. 담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월 초의 봄볕에 물오른 개나리도 샛노란 광채를 쏟아내고 있음과 동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형태와 형체가 있는 사물이라면 또 그 사물만의 고유한 빛을 반사해 내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림자 또한 갖게 됩니다. 때론 그 그림자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요. 빛이라는 것의 속성이 그렇더군요. 당장에 앞에 보이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광채이지만 그 이면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같이 있다는 것 말입니다. 물론 검은 그림자라고 해서 반드시 좋지.. 2010. 7. 11.
삶의 빛 - 프로방스의 황혼 흔히 인생의 여정을 마칠 즈음을 황혼에 비유하곤 합니다. 하루 해가 다 가고, 태양은 서산 너머로 넘어갔으니 그 빛이 희미해졌고 마지막 남은 빛이 하늘에 미련으로 떠돌아 붉게 물든 노을이 곱습니다. 오늘이 그 인생의 마지막 날인 이는 저 마지막 해넘이를 어떤 심정으로 보게 될까요? 제 눈엔 하루의 수고를 마치고 맞이하는 휴식에 걸맞는 아름다운 밤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제 인생의 황혼이 가깝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그런 생각은 한참은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해가 바뀌는 것이 이제는 슬슬 빨라지는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네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보는 이 저녁놀이 누군가의 황혼이라면, 나의 황혼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었으면.. 2010. 7. 10.
삶의 빛 - 봄볕을 사랑한 담쟁이 봄볕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따갑다. 담쟁이의 줄기에서 떨어져 나간 흡판이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개체인 것 처럼 홀로 서기를 했다. 아마도 지난 해 겨울을 나지 못하고 말라버린 것이리라. 담쟁이는 본능적으로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본능의 구체적인 표출로서의 흡판은 참으로 놀랄 만 한 것이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의 본능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동 본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흡판은 흡사 우리의 발과도 같은 것이리라. 봄볕을 쫓아 나섰지만 생동하는 새 생명이 아닌 지난 해 봄볕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빛에 반응하지 않는 담쟁이를 보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상에 젖어 들었다. 오우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벽화 처럼, 한 가닥 한 가닥을 마치 누군가가 풀.. 2010. 7. 10.
삶의 빛 - 옛 조상의 섬세한 손길이 빛을 만나다 - 원각사지십층석탑 탑골공원에 가보셨나요? 그러니까 보통은 파고다 공원이라고도 부르는 인사동 초입에 있는 그 공원이요. 기미년(1919년) 삼월 일일에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만세운동을 시작했던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 선조의 섬세한 손길로 탄생한 아름다운 석탑, 원각사지십층석탑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유리상자 안에 들어 가 있지만 유리벽 가까이로 가서 들여다 보면 그 아름답고도 섬세한 부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 세조 13년인 1467년에 축조된 이 석탑은 기단이 3개층으로 되어 있고 탑신은 모두 10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래 지금의 탑골공원이 있던 자리에 원각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세조 11년인 1465년에 원각사라는.. 2010.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