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저기 전선들이 마주치는 곳에 해가 걸려 있다.
여기 이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일년 삼백육십오일의 해넘이를 바라봤을 이 전주들. 오늘은 갑자기 이 친구들이 부러워진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이제 막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을 내놓은 은행나무가 서 있다. 은행나무도 역시 이 자리에서 사계절을 누리면서 매일의 황혼을
즐겼으리라 생각하니 이도 역시 부러워졌다.
[Thinking like Barnabas...]
화면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무엇과 함께 담을 것인가이다.
물론 지금 이 사진의 주인공은 우선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는 태양이다. 하지만 화면 가득 메우는 태양이 아닐 바에는 이 주인공과 함께
밋밋한 사진을 채워줄 조연을 캐스팅하는 것도 사진 감독의 재치라면 채치일 것이다.
같은 시각, 같은 곳에서 같은 해넘이를 찍었지만 무엇과 함께 찍었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사진이 되었다.
[Thought #2]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담은 두 장의 사진, 무심코 보면 그냥 석양을 담은 사진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우선순위가 조금 다르지요.
사건과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점도 이렇듯 서로 다를 거라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결과적으론 같은 것일진대 내 관점과 같지 않다고 해서 '틀렸다'라고 하진 않는지.
틀린 것과 다른 것의 차이를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르다고 얘기하고 인정해야 할 때 '틀렸다'라고 말하는 우를 범치 않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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