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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길을 걷는다는 것, 서울을 걷다가 타지마할을 보았다

by likebnb 2013. 5. 16.

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내게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전보다 걷기를 더 잘 한다는 것이다. 여행 전엔 걷기를 싫어했느냐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분명하게 느끼는 것이 이전보다 걷는 것이 많이 편해졌다는 점이다. 아무튼 점심 먹고 난 후의 산책이며 외출을 하는

중에도 어지간한 거리는 걷는 것을 택하는 것이 그 증거다. 더우기 걷기를 부추기는 것이 있으니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한국의 지금,

'봄 날씨'도 한 몫 한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지 한 장소에서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결과적으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걷는 중 만나게 되는 모든 것을 보고 듣는 것도 포함한다. 그러므로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어디 마음 뿐이랴? 눈과 귀도 그리고 가능한 모든 감각을 열어서 그 여정 중에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을 누릴 필요가 있다.


따사로운 햇볕과 서늘한 그늘, 보도 블럭 사이사이 자라난 이름 모를 잡초와 그 꽃들. 그리고 가끔 코 끝을 찌릿하게 자극하는 향신료와

때론 쾌쾌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도 그리고 이들을 내게로 날려 보내 준 산들바람도 내겐 살아 있음을 그리고 내가 지금 걷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고마운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거리를 걷다보면 사람들을 보게 된다. 각양 각색의 복장으로 희노애락의 표정들을 지으면서 때로는 혼자,

때로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나와 마찬가지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서울의 거리를 걷다가 타지마할을 보았다.






어느 이름 모를 화가인지, 거친 벽면을 그대로 캔버스 삼아 인도의 그 유명한 건축물을 솜씨 좋게 이곳 서울의 한 거리 벽면에 옮겼다.







그리고 그 앞에 '빈 의자'도 놔 두었다. 타지마할을 중심으로 좌우측 색의 대조가 맘에 든다.




이 벽화를 발견하고선 가까이 다가서기도 하고 또 다시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기도 하기를 여러 번...

역시 걷는 것은 즐겁고 건강할 뿐 아니라 이런 뜻하지 않은 보람도 있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나는 매일 매일 걷고 싶다.

그리고 걷는 중 누군가와 그 무엇인가와의 만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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