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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지만

by likebnb 2010. 7. 25.




당신이 내리친 그 큰 못으로 인해
견딜수 없는 극한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내리친 못으로 인한 아픔은 잠시였지만
마음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지워지질 않습니다.

촉촉한 봄비가 내려도 내 몸은 움츠러 듭니다.
그 못자국으로 생긴 상처를 타고 흘러들어온 빗물에 온 몸이 저려오기 때문입니다.

곡식들이 한창 익어가는 여름 한 철에도 나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내리쬐는 뙤약볕에 결국 내 의지 마저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겨울 세찬 눈보라를 겪은 것이 벌써 몇 해,
이젠 온 몸 곳곳에 세월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당신이 남긴 그 못자국에 비하면 세월이 만든 상처들은
그리 대단한 것 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지만
나는 그 못자국으로 인하여 지금 여기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어느 겨울 한 날, 난로가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을 위한
땔깜으로 쓰여지고 재만 남아 스러져 버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지난 수 세월 동안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쉼터가 되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희노애락을 전해 들으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으며
내 존재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지만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제야 고백하건대 내게 새로운 삶을 주신 당신을 그리워 하며 사랑합니다.

내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 큰 못을 내리치며 아파했을 당신을 
여기 쉼의 장소로 초대합니다. 이제는 내가 당신의 쉼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2008년 8월말 경에, 경기도 파주의 프로방스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요즘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벤치였는데
그 선명한 못자국이 제 발걸음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당시 사진을 담긴 했지만 몇 년을 묵혀 두었다가 오늘에야
이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조금 무거운 글이었지요?
누구나 하나쯤 자신의 못자국을 갖고 살아갈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못자국으로 인한 상처가 아니라
그 상처를 이긴 뒤 생겨나는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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