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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2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사진 한 장 이 사진 속의 계절은 무엇일까? 꽃 피는 봄일까, 아니면 무더운 여름일까. 풍요의 계절 가을일까. 아니면 동장군이 위엄을 떨치는 겨울일까. 그냥 사진 만 봐서는 좀처럼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기억에 의존할 뿐. 사진 속의 저 곳을 다녀왔던 그 때, 그 곳에 함께 했던 이들. 그리고 그 시절의 기억들이 이 사진 속의 계절을 가늠하게 한다. 지금은 그나마 기억하지만 언제고 다시 이 사진을 보게 되었을 때 여전히 기억을 해 낼 수 있을까? 파도가 밀려오는 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 가뒀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순간의 파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들 기억 속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지만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란 것도 서서히 희미해질 것이다. 2011년 4월 1일, 경포.. 2011. 12. 18.
삶의 빛 - 하루의 기억을 간직하다 하루의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서쪽 하늘의 빛은 맹렬하던 기운이 가시고 따스하고 온화한 기운만 남는다. 하룻 동안 뜨겁게 달궈졌던 기왓장들도 이제는 서서히 식어 간다. 하지만 빛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한 동안은 온기가 남을 것이다. 기왓장 사이사이로 자라난 이름 모를 풀들은 아쉬운 마음에 그 빛을 휘어감고 놓질 않는다. 하루 동안 세상의 모든 이에게 비취던 빛, 그리고 그 모든 사물들이 그 빛을 반사하면서 만들어냈던 무수히 많은 색채들. 서산으로 넘어가면서 마지막으로 그 색채들을 고이 간직하려는 듯 구름에 투영하는 노을 처럼 우리는 그 날 하루의 기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해야 한다. 지난 봄에, - 이렇게 말하니 한참이 지난 것 같다. 불과 석달 전의 일인데 말이다 - 북청동에서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한옥마을.. 201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