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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빛9

삶의 빛 -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움큼을 떠내 소중하게 담아두는 것 서기 이천십년의 봄은 그 따사로왔던 봄볕은 저의 앨범에 몇 장의 사진으로 그리고 단편의 기억으로만 남고 영영 시간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흘러가버린 시간의 강물은 어느샌가 또 다시 기억의 빗방울로 내게 찾아와 소리 없이 내 가슴을 적셔 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고향의 봄에 언덕에 올라 내려다 보던 풍경과 많이도 닮은 이 광경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앙금처럼 내려 앉아 있던 그 때의 기억이 살아나는 것을 느끼는 것 처럼 말입니다. 또 다시 세월이 흐르고 강산의 모습이 바뀔 즈음이면 나는 이 때의 봄을 기억해 낼 어떤 계기를 만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어김없이 이 사진 속의 영상이 떠올려질 것입니다. 사진을 담는다는 것, 특별히 빛을 담아내는 일은 시간의.. 2010. 7. 13.
삶의 빛 - 어린 시절의 기억, 사월의 봄볕 제가 어릴 적에 국민학교 사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그 때도 사월 초였지요. 간밤에 신열이 오르고 의식이 희미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기억이 나는 것은 검정 테두리에 하얀 바탕을 한 벽시계가 아홉시를 가리키고 있던 것과, 열려 있는 창 밖은 깜깜했던 것, 그리고 누군가가 창 밖에서 나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물론 앞의 두 가지는 객관적인 사실임에 틀림 없는 것이고 마지막의 그것은 내 귀에만 들렸던 환청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기억나는 것을 종합해보자면 그날 오후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아팠을 것이 분명한데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전혀 모르겠고 단지 저녁 아홉시에 잠에서 깨어난 듯 잠깐 의식이 분명해졌었다는 것과 그 때 밖으로 나가려 했었다는 것입니다. 창 밖에서 나를 부르.. 2010. 7. 12.
삶의 빛 - 빛과 그림자 북청동에서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골목길들을 누비다가 발견한 어느 집의 담장입니다. 모퉁이가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빛이 비취는 부분과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으로 나뉘는군요. 담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월 초의 봄볕에 물오른 개나리도 샛노란 광채를 쏟아내고 있음과 동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형태와 형체가 있는 사물이라면 또 그 사물만의 고유한 빛을 반사해 내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림자 또한 갖게 됩니다. 때론 그 그림자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요. 빛이라는 것의 속성이 그렇더군요. 당장에 앞에 보이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광채이지만 그 이면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같이 있다는 것 말입니다. 물론 검은 그림자라고 해서 반드시 좋지.. 2010. 7. 11.
삶의 빛 - 프로방스의 황혼 흔히 인생의 여정을 마칠 즈음을 황혼에 비유하곤 합니다. 하루 해가 다 가고, 태양은 서산 너머로 넘어갔으니 그 빛이 희미해졌고 마지막 남은 빛이 하늘에 미련으로 떠돌아 붉게 물든 노을이 곱습니다. 오늘이 그 인생의 마지막 날인 이는 저 마지막 해넘이를 어떤 심정으로 보게 될까요? 제 눈엔 하루의 수고를 마치고 맞이하는 휴식에 걸맞는 아름다운 밤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제 인생의 황혼이 가깝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그런 생각은 한참은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해가 바뀌는 것이 이제는 슬슬 빨라지는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네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보는 이 저녁놀이 누군가의 황혼이라면, 나의 황혼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었으면.. 2010.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