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17 따뜻함 따뜻함 몸과 마음을 따사롭게데워주는 예쁜 빛깔이다. 손가락 끝이 닿으면그 붉음에 온 몸이 물들 것 같다. 진홍빛, 하지만해맑게 온화하게 햇빛을 흘려보낸다. 내 얼굴빛도 그랬으면... 2013. 12. 11. 살아 있는 동안 걷는다면 그것이 나의 길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옥수동에서 서울숲으로 진입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 중에 발견한 이 담쟁이를 만난 것이 벌써 오래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무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햇살이 따가운 날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녀석의 걸음걸이가 당차 보이지 않을 수 없었지요. 과연 이 친구는 그 걸음걸이의 속도가 어느 정도일까요? 토끼와 경주를 벌였던 거북이나 나무 위에서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르는 나무늘보, 아니면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와 견줄 수 있을까요.말도 안되는 소리죠. 맞습니다. 웅크리고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 봤지만 이 녀석이 그 발을 떼는 것을 볼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친구가 이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일, 수학적인 공리와 공.. 2012. 12. 2. 가을에 피는 꽃들 중에 코스모스 만한 것이 또 있을까? 가을에 피는 꽃들 중에 코스모스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소시 적에 이사를 많이 다녔었다. 그 중에서도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의 이사간 날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학교에 등교한 사이에 이사는 이루어졌고, 하교 후에 물어 물어 이사간 곳을 찾아 갔다. 그 때 걸었던 그 길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왠지 나의 기분을 알아주는 듯 하늘거리는 것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고그날 이후로 난 코스모스와 남 모르는 유대를 갖게 되었다. 이제야 그것이 추억이 되었지만어린 마음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무게였다. 2012. 9. 29. 꽃기린을 아세요? 이 식물을 처음 접한 것은 2008년 무렵이다. 현재 몸 담고 있는 직장이 원래는 서울 교대 근처에 있을 때다. 휴게실에 화초가 제법 많았는데 그 화초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이 바로 이 식물이었다.빨간색으로 두 장의 꽃잎이 나를 올려다보는 것 처럼 얼굴을 환하게 펴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기에 관리하시는 분에게 그 이름을 물었다. "꽃기린" 두 해 쯤 전에 동물원에서 기린을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으나 기린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하지만 이 꽃기린은 예쁘다. 밝은 태양광을 좋아해서 눈 부시지만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고 있는 빨간색, 두 장의 꽃잎이 특히 맘에 쏙 든다. '언제고 직접 한 번 키워 보리라' 맘 먹었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아는 이가 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는 꽃기린에.. 2012. 6. 10. 담쟁이 처럼 한걸음 한걸음 씩 걸어라 식물들 중엔 발이 달린 짐승 처럼 그 자리를 옮겨다니는 것들이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생을 마감할 때 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물들에게 기대하는 것이지만요. 이렇듯 우리가 상식적으로 또는 보편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쉬이 여기는 바람에 놓치고 사는 것들이 많은줄 압니다. 담쟁이의 흡판도 그런 류의 일반적인 상식 덕분에 가려져 있는 재미난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담쟁이 하면 당연히 벽을 타고 기어 오르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떻게 벽에 그렇게 달라 붙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전에 제가 북청동에서 담았던 사진과는 대조적인 오늘의 이 사진 한 장은 살아있는 담쟁이의 생명력과 이동 본.. 2011. 1. 21. 해국, 가을의 꽃 가을을 대표하는 꽃, 여러분은 뭐가 떠올려지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 역시도 가을 하면 역시 국화의 향기가 먼저 떠올려집니다. 길가에 피어나 하늘거리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손짓하는 코스모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가을꽃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을 하면 국화꽃이지요. 면앙정 송순이 지조의 상징으로 꼽았던 황국의 그 진한 노란색은 어느 늦가을에 갑자기 내리친 풍상에도 의연하여 꿋꿋한 것이 그 빛을 잃지 않을 듯 합니다. 이에 못지 않은 순백의 국화꽃은 그 색 없음과는 달리 향기가 가득하니 이승을 떠나는 고인의 넋을 달래며 그 유지를 기리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가을의 들녘에서 뿐 아니라 푸른 하늘 밑 바닷가에서도 국화를 볼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제가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해국입니다. 딴은 해변국이라고도.. 2010. 10. 2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