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8 살아 있는 동안 걷는다면 그것이 나의 길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옥수동에서 서울숲으로 진입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 중에 발견한 이 담쟁이를 만난 것이 벌써 오래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무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햇살이 따가운 날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녀석의 걸음걸이가 당차 보이지 않을 수 없었지요. 과연 이 친구는 그 걸음걸이의 속도가 어느 정도일까요? 토끼와 경주를 벌였던 거북이나 나무 위에서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르는 나무늘보, 아니면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와 견줄 수 있을까요.말도 안되는 소리죠. 맞습니다. 웅크리고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 봤지만 이 녀석이 그 발을 떼는 것을 볼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친구가 이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일, 수학적인 공리와 공.. 2012. 12. 2. 아픔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리오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덧 울창한 가지를 자랑할 때 즈음이면 제법 쓸만한 재목이 되어 으레 목수의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여기 사진의 잘 다듬어진 곧게 뻗은 나무 기둥도 예외는 아닐 것이 그 시작은 역시 작은 씨앗으로부터였을 것입니다. 이 사진을 담아낼 당시엔 사실 비바람과 햇볕을 못이긴 채 터져서 갈라져 버린 한 줄기 세월의 상처가 눈에 들어와서 였습니다만 이제 다시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몫은 다 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인생들 중 누군들 유년기와 소년기 등의 여정을 거치지 않은 이가 있을 것이며 때가 되어 누군가에게 그 재능을 인정받지 않은 이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픔과 좌절이 없는 인생이 또 어딨겠습니까? 다만 .. 2011. 1. 19.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 신약성서 고린도전서 13장에서 - 오늘도 지나간 옛 사진을 정리하는 중에 "내가 이런 사진을 찍었었나?" 싶은 사진이 또 한장 나왔습니다. 아마도 "언제고 이 사진을 소재로 하여 짤막한 글을 하나 써봐야지 " 하는 마음에 카메라로 담아 뒀을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랑에 대해서 뭘 알고 있기에 남들에게 읽힐 글을 쓸수 있을까..." 그리하여.. 2010. 7. 22. 나에게 늘어나는 나이테는 나무 등걸을 바라보면서, 그 등걸에 잘게 새겨진 나이테를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소회에 빠져 들었다. 엄청난 힘으로 몰아 부치는 폭풍우 속에서 떨어져 나간 가지, 그 자리에 생긴 딱딱한 옹이. 비 바람에 온 몸을 흥건하게 적신 후에 뜨겁게 내리쬐는 한 여름 강렬한 햇볕에 쩍쩍 갈라진 그 나뭇결들. 나이들어 늙어버린 나무 등걸, 이젠 그 화려했던 영화도 알아 볼 수 없게 된 그저 한낱 잘려진 밑둥에 불과하지만 그 등걸에 새겨진 나이테는 숱한 역경을 헤치고 나온 노장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어느덧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세월을 살아 버리게 된 지금, 내 인생에 새겨진 나이테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해를 거듭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나는 잔주름들이 온화한 모습으로 비쳐졌으면 좋겠다. 희끗하게 한올씩 은빛을 반.. 2010. 7. 5. 잉어들의 쟁탈전과 무심한 오리 - 서울숲 정경 여름이 막 시작되는 유월의 주말 오후, 오리는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 밑에선 한 무리의 잉어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답니다.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듯 말이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한가로움을 깨고 수면 위로 뛰어 오른 잉어들, 사태는 연못가에서 한 아이가 던진 과자 부스러기로부터 입니다. 아이의 손을 떠난 부스러기가 물 위로 떨어지자 마자, 아니 떨어지기도 전에 잉어들의 레이다망에 잡힌 것이지요. 과자 부스러기 따위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오리였지만 엉겁결에 이 소란의 한 가운데서 어쩔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가 오리를 향해 그 문제의 발단인 과자 부스러기를 던졌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오리는 드센 잉어들에게서 저만치 떨어지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모처럼의 한가로운 주말 오후.. 2010. 7. 3. 서울숲에서 만난 새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출사를 갔던 곳이 서울숲이었습니다. 복잡한 기능들과 숫자들의 조합이 낯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지요. 사진 폴더를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당시 서울숲에서 담았던 새들을 찾았습니다. 표준 망원 렌즈로 멀리 있는 새를 담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원본 사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서(Crop) 망원렌즈를 대신해 봅니다. 새들의 정확한 이름을 알면 좋겠는데 그렇질 못하니 우선은 사진 만이라도 올려 놓을까 합니다. 후에 그 이름을 알게되면 그 때 불러줘야지요. 2010. 7.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