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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잉어들의 쟁탈전과 무심한 오리 - 서울숲 정경

by likebnb 2010. 7. 3.

여름이 막 시작되는 유월의 주말 오후, 오리는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 밑에선 한 무리의 잉어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답니다.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듯 말이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한가로움을 깨고 수면 위로 뛰어 오른 잉어들,
사태는 연못가에서 한 아이가 던진 과자 부스러기로부터 입니다. 아이의 손을 떠난 부스러기가 물 위로 떨어지자 마자,
아니 떨어지기도 전에 잉어들의 레이다망에 잡힌 것이지요.

과자 부스러기 따위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오리였지만 엉겁결에 이 소란의 한 가운데서 어쩔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가 오리를 향해 그 문제의 발단인 과자 부스러기를 던졌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오리는 드센 잉어들에게서 저만치 떨어지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모처럼의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요.
그러는 중에도 과자 부스러기를 놓고 여전히 다툼 중인 잉어들, 그리고 멀리서 뒤 늦게 상황을 접수한 또 다른 잉어떼가 몰려 옵니다.







과자부스러기 파티는 끝나고 괜히 심통이 난 잉어 한 마리가 오리에게 시비를 거는군요.
이봐, 오리 양반 혹시 날개 깃 사이에 과자 부스러기 숨겨 놓은 것 없소?






기가 막히는 소리에 오리는 그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됐네요, 잉어 양반. 난 지금 늦은 점심에 배가 부를 대로 부르단 말이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조용한 휴식이란 말이오.
오리는 연못 티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왼발을 힘차게 내저어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 차례 소란이 끝나고 다시 연못에는 이전과 같은 평온함이 돌아왔습니다.
오리는 고요한 물 위를 미끄러지듯이 나아가고, 그 물 밑으로 여전히 잉어들이 노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