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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5

잘 돌아왔어 지난 번에 유럽 여행기를 쓸 것을 계획한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소소한 감상을 놓칠 수 없어 앞뒤 재지 않고 이 글을 쓴다. 한국에 돌아온 그 다음 첫 주 월요일에 올림픽 공원엘 갔다. 아직은 지난 겨울의 쌀쌀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초봄에 여행을 떠났는데 돌아와 보니 그 쌀쌀함은 완전히 가신 완연한 봄이다. 높고 뾰족한 건물들, 그 연대를 가늠할 수 없는 고색 찬연한 유럽의 건물들에 흠뻑 젖어 돌아온 나에게 한국의 봄은 더 이상 이전에 늘 보던 익숙한 풍광이 아니다. 이 날씨와 경치가 이국적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사진은 몽촌토성과 함께 있는 올림픽 공원에 조성된 연못과 연못에 투영된 봄옷 입은 나무들과 예쁜 봄꽃들의 모습이다. 분명 봄처녀가 가슴 설렐 풍경이다. 어디 봄처녀 뿐이랴. 마흔을 .. 2013. 5. 6.
그 땐 봄이었는데, 사진은 가을을 보인다. 몇년 전 봄에 홍콩을 경유하여 마카오에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카오 북 쪽 섬에 있는 몬테요새(Mount Fortress)에 올라서면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건물의 옥상과 같은 곳으로 정원이 잘 꾸며져 있다어쩌면 그 곳 사람들에겐 그냥 평범한 정원일지도 모르겠지만 멀리 떠나 온 나에겐 신기한 모양의 꽃들이 많다. 어른이 된 나에게 '신기함'의 느낌을 주는 정원이다.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꽃들도 많았지만 내 눈에 익숙한 꽃도 있다.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은 '아, 가을인가?' 처음에도 말했지만 한국을 떠나올 때는 - 고작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다. - 3월 초 꽃샘추위가 아직 겨울과 봄을 가르고 있는 시점이었다.더우기 표준시로 네 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는 여기 마카오는 .. 2012. 11. 3.
헤이리의 가을, 꽃 "헤이리에 가 보셨어요?" 이미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아, 거기!" 아니면 "아, 거기..."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이시리라 생각합니다.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곳, 재미 있는 형태의 건물들이 많은 곳, 특별해 보이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곳 등 헤이리를 설명하는 표현들이 있지만저에게 있어서 헤이리는 각양각색의 식물들과 더불어 꽃들이 많은 곳입니다. "어디 이 꽃 이름 아시는 분 없으신가요?" 헤이리엔 유난히 꽃이 많습니다. 아니 도심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어서 헤이리가 많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요.그리하여 얼마 전에 시간을 내서 헤이리에 다녀왔습니다. 가을꽃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구요.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참 많더군요. 이름을 불러주기 전엔 "의미"로 다가올 수 없을텐데... 무지를 한탄 할 수 .. 2012. 9. 23.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사진 한 장 이 사진 속의 계절은 무엇일까? 꽃 피는 봄일까, 아니면 무더운 여름일까. 풍요의 계절 가을일까. 아니면 동장군이 위엄을 떨치는 겨울일까. 그냥 사진 만 봐서는 좀처럼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기억에 의존할 뿐. 사진 속의 저 곳을 다녀왔던 그 때, 그 곳에 함께 했던 이들. 그리고 그 시절의 기억들이 이 사진 속의 계절을 가늠하게 한다. 지금은 그나마 기억하지만 언제고 다시 이 사진을 보게 되었을 때 여전히 기억을 해 낼 수 있을까? 파도가 밀려오는 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 가뒀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순간의 파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들 기억 속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지만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란 것도 서서히 희미해질 것이다. 2011년 4월 1일, 경포.. 2011.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