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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잘 돌아왔어

by likebnb 2013. 5. 6.




지난 번에 유럽 여행기를 쓸 것을 계획한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소소한 감상을 놓칠 수 없어 앞뒤 재지 않고 이 글을 쓴다.


한국에 돌아온 그 다음 첫 주 월요일에 올림픽 공원엘 갔다. 아직은 지난 겨울의 쌀쌀함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초봄에 여행을 떠났는데 

돌아와 보니 그 쌀쌀함은 완전히 가신 완연한 봄이다.

높고 뾰족한 건물들, 그 연대를 가늠할 수 없는 고색 찬연한 유럽의 건물들에 흠뻑 젖어 돌아온 나에게 한국의 봄은 더 이상 이전에 

늘 보던 익숙한 풍광이 아니다. 이 날씨와 경치가 이국적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사진은 몽촌토성과 함께 있는 올림픽 공원에 조성된 연못과 연못에 투영된 봄옷 입은 나무들과 예쁜 봄꽃들의 모습이다. 

분명 봄처녀가 가슴 설렐 풍경이다. 어디 봄처녀 뿐이랴. 마흔을 훌쩍 넘긴 내 가슴도 설렌다. 기분 좋은 설렘은 잠시, 이내 포근함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내 귓가에 따뜻한 음성으로 이렇게 속삭인다.


'잘 돌아왔어...'


뭔가 이어지는 말이 있을 것 같아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한참 후 그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음을 나는 깨달았다.

그 한 마디,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내 속에 있는 무의식이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진부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나를 발견하는 한 방법임에 틀림 없다. 

'잘 돌아왔어'는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에서 나를 발견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세상과 문화에 동화되고 융화되었지만 

여전히 나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나에게 자신 스스로가 던지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발견하고 다짐하는 것을 격려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