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12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꽃이 피고나면 이윽고 그 꽃이 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또 그렇게 꽃이 져야만 그 자리에 열매가 들어 앉습니다. 그리고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구요. 이것이 순리일진데 만약 꽃이 스스로 원하기를 '이대로 지는 것이 싫다. 난 영원히 이 모습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라고 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꽃이 지는 것이야말로 그 모습을 후대에 전하는 유일한 방법일텐데 말입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깔아 놓은 아스콘 위로 벚꽃의 꽃잎들이 내려 앉았습니다. 가장자리 쪽으로는 두텁게 모여들었네요. 말 그대로 꽃길이로군요. 진달래과의 나무들 사이 사이의 흙 위에도 살포시 내려 앉았습니다. 이제 막 피어난 민들레 옆에도 찾아왔구요. 또 다른 꽃잎이 길가에 내려 앉았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 2010. 7. 16. 앨범을 들춰 보는 것 처럼 앨범을 들춰 보는 것 처럼 노트북의 폴더를 열어 지난 봄에 - 불과 두어 달 전이지만 - 담았던 벚꽃 사진들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이제 제법 무더운 날씨로 접어 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 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여름이 꿰 차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척 덥더군요. 간간이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봄비와는 전혀 다른 후끈한 열기를 품고 있는 빗방울들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름으로 접어 든 칠월에 벚꽃을 다시 보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맑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디 하얀 그 꽃잎이 산들 산들 불어 오는 봄 바람에 춤추며 손을 흔들던 그 봄의 꽃, 벚꽃. 벚꽃 구경 한 번 해보시지 않으시렵니까? 2010. 7. 14. 삶의 빛 - 빛과 그림자 북청동에서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골목길들을 누비다가 발견한 어느 집의 담장입니다. 모퉁이가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빛이 비취는 부분과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으로 나뉘는군요. 담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월 초의 봄볕에 물오른 개나리도 샛노란 광채를 쏟아내고 있음과 동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형태와 형체가 있는 사물이라면 또 그 사물만의 고유한 빛을 반사해 내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림자 또한 갖게 됩니다. 때론 그 그림자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요. 빛이라는 것의 속성이 그렇더군요. 당장에 앞에 보이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광채이지만 그 이면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같이 있다는 것 말입니다. 물론 검은 그림자라고 해서 반드시 좋지.. 2010. 7. 11. 삶의 빛 - 봄의 전령 산수유, 그 빛을 말하다 꽃피는 춘삼월의 끝자락에 이어 모양만 사월인 첫번째 주말에 인사동을 찾았습니다. 오랫만에 탑골공원엘 들렀지요. 언제나 처럼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이 많이들 나와 계십니다. 그렇다고 젊은 친구들이 없지도 않습니다. 아니 많이들 눈에 띕니다. 생동하는 젊음과 연륜의 노익장이 함께 공존하는 곳에서 중간에 낀 기분이 들었지요. 하여간에 탑골공원을 찾은 것은 우선은 기미독립선언문이 새겨진 부조를 보기 위해서였고 다음으로는 원각사지십층석탑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였지요. 특별히 따스한 봄볕을 머금은 이들의 모습을 담아 보려는 것이 오늘 이곳에 발걸음한 이유입니다. 먼저 민족대표 삼십삼인의 기미독립선언문을 담고 나서 원각사지십층석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다 이르지 못한 채로 걸음을 멈춰선 곳이 있었으니 바로 다름 아.. 2010. 7. 8. 늦봄에 보는 국화과 꽃, 마가렛 몇 해 전, 오월의 마지막 날에 아이들과 함께 과학도서관엘 다녀 왔습니다. 이 전에 쓴 몇몇 글들에서 '느린 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는데요, 느린 길이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오월의 꽃들이었답니다. 꽃, 특별히 들에 핀 들꽃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냥 지나치지 못하도록, 발길을 붙들어 매는 매력이 있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꽃, 마가렛도 어찌 보면 식상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치 소우주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 만큼 강렬함이 내재한 꽃입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렇습니다. 국화과 꽃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수없이 많은 통꽃과 혀꽃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를 이룬 두상화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씀 드리자면 아래 보이는 사진의 가운데 부분에 노란 것들이 .. 2010. 7. 1. 풍년을 기원하는 꽃, 이팝나무 이름이 독특해서 기억을 하고 있는 오월의 꽃 중에 이팝나무꽃이 있습니다. 이 특이한 이름은 쌀밥을 뜻하는 우리의 옛말 '이밥'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이름의 기원에서도 나왔다시피 이 나무의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풍년을 점쳤다고 합니다. 나무는 목재, 염료, 땔감 등으로 쓰였구요. 경상북도 김해 주천면에 가면 천연기념물 307호로 지정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이팝나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500살이 넘었다고 하네요. 높이는 17미터, 둘레가 7미터, 가지는 동서남북으로 18~20미터까지나 뻗어 있다고 합니다. 물푸레나무과이며 산골짜기나 들판에서 자라는 나무로 목재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별 생각 없이 셔터를 눌렀다가 노출이 과한 사진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얀색의 가느다란 꽃잎이 일품입니.. 2010. 6. 2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