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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삶의 빛 - 봄의 전령 산수유, 그 빛을 말하다

by likebnb 2010. 7. 8.

빛을 반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빛나는 것인지, 인사동 탑골공원에서



꽃피는 춘삼월의 끝자락에 이어 모양만 사월인 첫번째 주말에 인사동을 찾았습니다. 오랫만에 탑골공원엘 들렀지요.
언제나 처럼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이 많이들 나와 계십니다. 그렇다고 젊은 친구들이 없지도 않습니다. 아니 많이들 눈에 띕니다.
생동하는 젊음과 연륜의 노익장이 함께 공존하는 곳에서 중간에 낀 기분이 들었지요.

하여간에 탑골공원을 찾은 것은 우선은 기미독립선언문이 새겨진 부조를 보기 위해서였고 다음으로는 원각사지십층석탑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였지요. 특별히 따스한 봄볕을 머금은 이들의 모습을 담아 보려는 것이 오늘 이곳에 발걸음한 이유입니다.

먼저 민족대표 삼십삼인의 기미독립선언문을 담고 나서 원각사지십층석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다 이르지 못한 채로 걸음을
멈춰선 곳이 있었으니 바로 다름 아닌 지금 보고 계시는 만개한 산수유꽃이 피어 있는 나무 앞이었습니다.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개나리, 진달래를 많이들 꼽습니다만 저에게 있어서 봄꽃은 그 첫번째가 산수유꽃입니다. 왜냐고 묻지는 마십시오.
어떤 객관적이고 통계적인 근거를 가지고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산수유꽃이 어쩐지 개나리, 진달래에 비해 덜 식상하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개나리, 진달래는 봄 한 철이 지나고 나면 쉬이 잊혀지고 마는 꽃이지만 산수유는 붉은 열매를 따 먹게 되는 가을까지도 잊을래야
잊혀질 수도 없는 그런 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에게 그렇다는 겁니다.

종종 늦가을까지도 가지에 매달려 있는 붉은 산수유 열매들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해가 바뀌고 새 봄이 올 때 까지도 검붉은 빛으로
말라 비틀어진 채 가지에 달려 있는 열매를 보게도 됩니다. 그리고 그 때 노란 산수유 꽃망울들이 또 다시 피어나면 지난 해의 기억과
새 생명의 약동하는 활동이 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묘한 매력이 있지요. 굳이 말하자면 제가 산수유를 봄꽃 중 첫번째로 여기는
까닭이 이런 것들입니다. 



그날 저의 눈길을 고정시켰던
여리디 여린 산수유꽃잎, 그 작은 꽃잎들이 봄볕을 은근하면서도 강렬하게 반사해내고 있었습니다.
공기 중에 떠도는 봄볕은 볼 수 없지만 그 따사롭게 온화한 질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산수유꽃을 통해서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칠월, 어느 시인의 독백 처럼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입니다. 또 다시 내년의 봄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