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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5

둘째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중에... 아프다는 핑계로 일찍 귀가했습니다. 노트북도 일부러 회사에 놓고 왔지요. 거실에 있는 앉은뱅이 책상에 자리를 잡고 며칠 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폈습니다. "꼴, 좋다" 책 제목이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 자동차 디자인의 선구자인 박종서님이 지은 책인데 내용이 참 재밌습니다. 어제 저녁에 작은 아이에게 건내주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기에 얼마나 읽어봤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몇몇군데 재밌는 부분이 있었노라고 하더군요. 몇 페이지 읽어가고 있는데 아이의 엄마가 문제집을 제가 앉은 맞은 편에 펼쳐놓고 작은 애를 부릅니다. 아빠가 있는 동안에 아빠의 권위를 빌어 아이가 미뤄둔 오늘의 분량을 채울 심산인가 봅니다. 아무튼 불려온 아이는 맞은 편 자리에 앉아서 군말 없이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 2011. 3. 31.
아픔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리오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덧 울창한 가지를 자랑할 때 즈음이면 제법 쓸만한 재목이 되어 으레 목수의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여기 사진의 잘 다듬어진 곧게 뻗은 나무 기둥도 예외는 아닐 것이 그 시작은 역시 작은 씨앗으로부터였을 것입니다. 이 사진을 담아낼 당시엔 사실 비바람과 햇볕을 못이긴 채 터져서 갈라져 버린 한 줄기 세월의 상처가 눈에 들어와서 였습니다만 이제 다시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몫은 다 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인생들 중 누군들 유년기와 소년기 등의 여정을 거치지 않은 이가 있을 것이며 때가 되어 누군가에게 그 재능을 인정받지 않은 이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픔과 좌절이 없는 인생이 또 어딨겠습니까? 다만 .. 2011. 1. 19.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벽송사 지난 주말 잘 아는 후배 한 명이 지리산 둘레길엘 다녀왔다고 한다. 모두 다섯 개의 코스가 있는데 그 중에서 네번째와 다섯번째 코스를 다녀왔다고 했다. 마냥 부러워하는 내게 그 후배가 보내 준 사진 한 장. 벽송사라는 이름의 사찰을 지리산 둘레길 어딘가에서 내려다 본 전경이다. 때마침 비가 조금씩 내리는 중이라 산중턱 위를 뒤덮은 안개가 운치를 더한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조금 어둡고 비뚤어진 것을 약간의 보정을 거쳐서 바로 잡아 보았다. 그러면서 내심 '나도 꼭 한 번 가봐야지' 라고 다짐해본다. 2010. 10. 26.
해국, 가을의 꽃 가을을 대표하는 꽃, 여러분은 뭐가 떠올려지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 역시도 가을 하면 역시 국화의 향기가 먼저 떠올려집니다. 길가에 피어나 하늘거리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손짓하는 코스모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가을꽃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을 하면 국화꽃이지요. 면앙정 송순이 지조의 상징으로 꼽았던 황국의 그 진한 노란색은 어느 늦가을에 갑자기 내리친 풍상에도 의연하여 꿋꿋한 것이 그 빛을 잃지 않을 듯 합니다. 이에 못지 않은 순백의 국화꽃은 그 색 없음과는 달리 향기가 가득하니 이승을 떠나는 고인의 넋을 달래며 그 유지를 기리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가을의 들녘에서 뿐 아니라 푸른 하늘 밑 바닷가에서도 국화를 볼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제가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해국입니다. 딴은 해변국이라고도.. 2010.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