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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2

청포도 - 이육사 청포도(靑葡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굳이 따지자면 칠월도 아닌데 갑자기 왠 청포도 타령이냐구요? 이야기 하자면 이렇습니다. 오늘 점심시간에 조금은 길었던 연휴를 마치고 첫 출근한 동료들이 모여서 지난 연휴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담양과 보성 등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마침 저도 몇 해 전에 보성 녹차밭에 .. 2010. 9. 27.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오 詩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꾄다 갈리 있오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와 자셔도 좋오 왜 사냐건 웃지요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서정시들 중에서도 외우기가 쉬워서(짧으면서도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입에 달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이 시의 마지막 한 소절 "왜 사냐건 웃지요"를 수도 없이 인용했을 것이다. 삶의 적재적소에서 말이다. 새삼스럽게 그 시절 국어 수업시간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다만 이제와서 당시 배웠던 싯구들이 한층 더 새롭게 마음에 와 닿는다. 시인 김상용은 20세기의 시작인 1902년에 태어나 소년시절에 3.1운동의 현장에 있었던 분이다. 이 시는 그로부터 한참 후인.. 2010.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