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흡판2

담쟁이 처럼 한걸음 한걸음 씩 걸어라 식물들 중엔 발이 달린 짐승 처럼 그 자리를 옮겨다니는 것들이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생을 마감할 때 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물들에게 기대하는 것이지만요. 이렇듯 우리가 상식적으로 또는 보편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쉬이 여기는 바람에 놓치고 사는 것들이 많은줄 압니다. 담쟁이의 흡판도 그런 류의 일반적인 상식 덕분에 가려져 있는 재미난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담쟁이 하면 당연히 벽을 타고 기어 오르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떻게 벽에 그렇게 달라 붙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전에 제가 북청동에서 담았던 사진과는 대조적인 오늘의 이 사진 한 장은 살아있는 담쟁이의 생명력과 이동 본.. 2011. 1. 21.
삶의 빛 - 봄볕을 사랑한 담쟁이 봄볕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따갑다. 담쟁이의 줄기에서 떨어져 나간 흡판이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개체인 것 처럼 홀로 서기를 했다. 아마도 지난 해 겨울을 나지 못하고 말라버린 것이리라. 담쟁이는 본능적으로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본능의 구체적인 표출로서의 흡판은 참으로 놀랄 만 한 것이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의 본능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동 본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흡판은 흡사 우리의 발과도 같은 것이리라. 봄볕을 쫓아 나섰지만 생동하는 새 생명이 아닌 지난 해 봄볕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빛에 반응하지 않는 담쟁이를 보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상에 젖어 들었다. 오우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벽화 처럼, 한 가닥 한 가닥을 마치 누군가가 풀.. 2010.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