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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69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줘... 몇 해 전의 일이다. 지금 사용 중인 카메라를 사고나서 처음으로 출사를 나섰던 날. 서울숲에서 이 이름 모르는 식물을 보았다. 꽤 높은 담장이었는데 이 녀석은 지칠줄 모르는 투지를 갖고 담장 너머 저쪽에서 기어 올라 결국 이 담장을 넘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지나온 길에 여정을 기록하듯 마디마디 마다엔 작고 앙증맞은 잎을 한쌍씩 돋아내고 있다. 어쩌면 그 마디마디가 말 그대로 자신의 한계와 맞 싸웠던 고비고비의 순간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수직으로 곧은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는, 더우기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못한 이 녀석에겐 더욱 더 그러했을 것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이 녀석은 본능적으로 기어 오른 걸까? [Thinking like Bar.. 2010. 5. 15.
내 고향 남쪽 바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내 고향 앞 바다의 하늘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Thinking like Barnabas...] 2010. 5. 14.
고향의 바다 몇해 전 설, 고향에 내려 갔을 때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종점에 위치한 내 고향집 가는 길 옆으로 전에 없던 다리가 놓인 것을 보았다. 어린 시절 종종 철선을 타고 건너 다녔던 압해도. 그 섬을 이젠 다리를 타고 건널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에 도착한 다음 날 오후에 그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갔다. 학창시절엔 이 섬에 참 많이도 왔었다. 그 때의 추억이 더듬더듬 떠올려지는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 갔다. 당시엔 포장된 도로가 없었지만 이젠 섬 곳곳으로 이어진 길이 대부분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길 양쪽으로 여전히 포도밭, 배밭 그리고 전엔 흔치 않았던 무화과 밭이 눈에 띈다. 드디어 섬의 거의 끄트머리까지 왔다. 송공산이 보인다. 산의 기슭으로 조금 올라가서 저 쪽 바다를 내려다 본다. 그리고 한 폭.. 2010. 5. 11.
봄눈 - 유희윤 봄눈 유희윤 "금방 가야 할 걸 뭐하러 내려왔니." 우리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 "금방 가야 할 걸 뭐하러 내려왔니..." 물론 내려온 것이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리라. 어쩔 수 없이 짧은 만남 뒤에 다시금 긴 떨어짐이 있음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 그리 튀어 나온 것이리라. [Thinking like Barnabas...] 이른 아침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에 스크린 도어에 새겨진 시 한 편을 보았습니다. 때마침 어버이날 아침에 말이지요. 효율과 합리적인 방식을 우선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멀리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뵙는 것이 그런 것 중 하나겠지요. 먼 길을 달려 내려가 잠깐 얼굴 뵙고 또 다시 그 길을 되짚어 돌아와야.. 2010.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