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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8

잉어들의 쟁탈전과 무심한 오리 - 서울숲 정경 여름이 막 시작되는 유월의 주말 오후, 오리는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 밑에선 한 무리의 잉어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답니다.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듯 말이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한가로움을 깨고 수면 위로 뛰어 오른 잉어들, 사태는 연못가에서 한 아이가 던진 과자 부스러기로부터 입니다. 아이의 손을 떠난 부스러기가 물 위로 떨어지자 마자, 아니 떨어지기도 전에 잉어들의 레이다망에 잡힌 것이지요. 과자 부스러기 따위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오리였지만 엉겁결에 이 소란의 한 가운데서 어쩔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가 오리를 향해 그 문제의 발단인 과자 부스러기를 던졌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오리는 드센 잉어들에게서 저만치 떨어지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모처럼의 한가로운 주말 오후.. 2010. 7. 3.
서울숲에서 만난 새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출사를 갔던 곳이 서울숲이었습니다. 복잡한 기능들과 숫자들의 조합이 낯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지요. 사진 폴더를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당시 서울숲에서 담았던 새들을 찾았습니다. 표준 망원 렌즈로 멀리 있는 새를 담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원본 사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서(Crop) 망원렌즈를 대신해 봅니다. 새들의 정확한 이름을 알면 좋겠는데 그렇질 못하니 우선은 사진 만이라도 올려 놓을까 합니다. 후에 그 이름을 알게되면 그 때 불러줘야지요. 2010. 7. 2.
생명의 숲, 공존의 숲 생명의 숲, 공존의 숲 가지가 잘려 나간 자리에 딱딱하게 옹이가 들어 앉았습니다. 바깥 세상과의 소통을 가로 막는 높은 담장이 있습니다. 이리 파이고 저리 깨어진 상처투성이 폐허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어떠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새롭게 순이 돋아나고, 잎이 자라나며 줄기가 넘어갑니다. 어머니 대지 위엔 수많은 각양 각색의 생명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의 생명으로만 메워진 지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사는 모양이나 항취가 다름에도 그들은 조화롭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고 나누며 살아갑니다. 서울의 숲은 공존하는 곳, 그런 생명들이 있는 곳입니다. 2010. 7. 2.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줘... 몇 해 전의 일이다. 지금 사용 중인 카메라를 사고나서 처음으로 출사를 나섰던 날. 서울숲에서 이 이름 모르는 식물을 보았다. 꽤 높은 담장이었는데 이 녀석은 지칠줄 모르는 투지를 갖고 담장 너머 저쪽에서 기어 올라 결국 이 담장을 넘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지나온 길에 여정을 기록하듯 마디마디 마다엔 작고 앙증맞은 잎을 한쌍씩 돋아내고 있다. 어쩌면 그 마디마디가 말 그대로 자신의 한계와 맞 싸웠던 고비고비의 순간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수직으로 곧은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는, 더우기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못한 이 녀석에겐 더욱 더 그러했을 것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이 녀석은 본능적으로 기어 오른 걸까? [Thinking like Bar.. 2010.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