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토에세이20

생명은 열매를 맺는다 (2) 벚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그 꽃잎들이 모두 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얼마간 지난 후 꽃이 진 그 자리에 열매가 들어 앉았습니다. 아직 초록빛이 채 가시지도 않은 붉은 열매가요. 마음을 화사하게 해주는 꽃이지만 그 아름다운 꽃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기도 한 그 비밀은 바로 '죽어야만 산다'는 것이지요. 꽃이 지는 것은 자신을 버리고 죽는 희생입니다. 꽃이 지는 것은 생명을 전하기 위한 댓가입니다. 꽃이 지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약속입니다. 내년 봄에도 아름다운 벚꽃 그늘을 볼 수 있기를... 2010. 5. 27.
몰두(沒頭)하고 있으십니까? 몰두(沒頭)하고 있으십니까? 우리 집 큰 아이는 종종 내가 '희찬아~' 하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경우가 있다. 옆집에서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리는, 작은 집 안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안들릴리도 없고, 청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도 아니다. 어떤 때는 바로 옆에 다가가서 불러도 대답이 없다. 흔들어 깨워야 할 정도로 뭔가에 깊이 빠져 드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중한 나머지 깊이 빠져들어 결국엔 그 일에 동화된다. 오로지 지금 하는 그 일에 전념하는 이 아이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그 일에 쏟아 붓는다. 외곬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조심스럽게 하면서도 난 이 아이에게서 몰두를 배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몰두하고 있으십니까?' '무엇에 전념하고 있으십니까?' 2010. 5. 25.
빗방울 -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사무실이 교대 부근에 있을 때다. 여름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 어느날, 이른 점심을 먹고 학교 운동장엘 갔다. 날씨가 좋은 날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사실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마치 오늘 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왠지 모르는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고, 여기 사무실 안에선 그 빗방울 듣는 소리가 정겹다. 자유분방하게 떨어지는 빗방울들이지만 한참을 듣고 있으면 리듬을 느낄 수 있다. 대자연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일원인 수 없이 많은 제 각각의 빗방울들은 자기가 맡은 리듬의 한 부분을 훌륭하게 연주해내고 있는 것이다. [Thinking like Barnabas...] 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계의 대순환 중 한 부분이다. 물의 순환은 지구 전체의 생명을 .. 2010. 5. 18.
손을 잡아주는 것은... 점심을 먹고 잠시 동네 한바퀴를 걸었다. 오월 중순인데 제법 여름을 흉내 내는 듯 한 날씨다. 반팔을 입고 나오기를 잘했다. 올해의 날씨는 사계(四季)가 아닌 이계(二季) 뿐인 날씨를 실감케 한다. 정녕 봄은 사라지고 말았는가... 이런 저런 별 효용가치 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조금은 맥이 풀린 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하는데 저만치 내 앞으로 한 모녀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딸 아이의 통통 튀는 발걸음이 발랄하다. 고개를 한 쪽으로 갸웃 한 것이 신이 제대로 난 모습이다. 어른이었으면 어깨를 덩실덩실, 손가락 끝을 너울 거리며 춤사위라도 출 기운이다. 엄마의 따뜻한 손을 붙잡고 있는 것 만으로 아이에겐 마냥 행복인 것이리라. [Thinking like Barnabas...]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언제 .. 2010.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