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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남자

내가 디텔(Deitel)의 책, 운영체제(Operating Systems)를 좋아하는 이유

by likebnb 2016. 1. 4.

Operating Systems-DeitelOperating Systems H.M. Diesel


학 시절, 운영체제에 대한 관심이 컸기에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교재 외에도 서너권의 책을 더 사서 봤다. 그렇게 추가한 책 중 한 권이 바로 Deitel의 Operating Systems, 일명 파란책이다. 물론 파란책이란 별명은 내가 붙인 것이니 네이버나 구글에 '파란책'으로 검색해봐도 나오진 않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초판의 저자 Harvey Dietel과 그의 아들인 Paul Dietel이 함께 작업한 3판이 출간되었다. 3판에서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더 이상 파란책이 아니라는 것. 물론 표지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최근의 운영체제 개념들과 그 설계의 고려사항들로 업데이트 됐다. 사례연구(Case Study)에 등장하는 운영체제도 Linux와 Windows XP로 바꼈다.


에서 한가한 주말을 보낼 때면 종종 이 책을 꺼내서 펼친다. 거실에 배치한 책꽂이 중에서도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꽂아뒀기에 확률적으로 눈에 잘 띌 수 밖에 없을 터. 거기 뒀으니 눈에 잘 띌테고 각별한 애정이 있으니 눈에 잘 띄는 곳에 뒀을 터! 자 그럼 왜 디텔의 파란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지 그 이유를 따져 보도록 하자. 


번째 이유를 들자면 대학생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갖게 된 원서라는 것. 애디슨 웨슬리(Addison Wesley)가 1990년에 이 책, 운영체제 2판을 출간했고, 수소문 끝에 다음 해인 1991년 6월말 경에 이 책을 사기 위해 상경했었다. 자취 생활의 넉넉치 못한 살림에 책값도 책값이거니와 호남선 왕복 기차삯도 큰 부담이었으니 나로선 큰 맘 먹고 들인 자산인 셈이다.


번째 이유는 이 책을 처음 펼치고 받은 문화적 충격을 들 수 있겠다. 사실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당시엔 책의 첫 면에 씌여진 헌정사를 읽는 것이 생경할 뿐더러 서문이 그처럼 긴 것도, 그 안에 책을 읽어가는 요령과 각 장에 대한 친절한 설명들, 그리고 지루하리 만큼 늘어 놓은 책을 집필하고 출판하기 까지 조금이라도 기여한 이들의 수 많은 이름들도 낯설면서 또 좋았다. 완벽한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저자, 디텔의 학문적 자부심과 협업을 위한 겸손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번째는 지성인으로서의 디텔에 반한 것을 들고 싶다. 사실 우리는 종종 "공돌이"라는 표현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쓰고 있다. 전자계산학, 컴퓨터공학 등의 학과명을 들으면 우선 드는 생각이 공과대학일 것이다. 자연스레 공돌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어지는 생각으로 공돌이는 문학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 그럼 나는 왜 디텔에게 반했고 그 이유를 들어 디텔의 지성을 말하고자 하는가? 그는 Operating Systems의 본문 각 장의 맨 처음 시작에 유명한 문학 작품이나 유명 인사의 어록에서 구절들을 인용해 그 장의 화두를 던져 준다. 분명 이과 쪽으로 편향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인문학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가 던진 화두는 곱씹어 볼수록 맛깔난다. 분명 그는 이런 인용구들을 거저 얻지는 않았을 터, 그의 상당한 독서량을 짐작해볼 수 있다. 디텔의 이런 균형 잡힌 지성에 반한 것이다.  


외에 문장(문체)이라든지 적절하게 표현된 삽화 또는 다이어그램 등도 그리고 이론 뿐 아니라 사례연구(Case Study)를 책 끝에 둔 것도 맘에 든다. 요즘 전산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은 이 책을 읽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그럴 권한이 주어진다면 디텔의 책, 운영체제는 필독서로 지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