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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3

꼬뜨다쥐르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한 여행 몇 년 전부터 프랑스 남부 지역, 즉 프로방스-알프스-꼬뜨다쥐르를 여행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도시 액쌍프로방스와 꼬뜨다쥐르를 대표하는 니스를 거점으로 인근의 소도시들을 거닐면서 중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들과 쪽빛 바다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을 꿈꾸었던 것이다. 날마다 쪽빛 바다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바다에 노을이 질 때 어떤 기분일까? 몇 백 년은 족히 되고도 더 오랜 건물들을 매일 같이 마주하는 이들은 하루를 시작할 때 무슨 생각을 할까? 처음엔 니스와 그 주변의 소도시들 앙티브, 방스, 쌩뽈 등등을 계획한 여행이 결국은 네덜란드의 몇 개 도시들과 액쌍프로방스와 인근 도시들 그리고 빠리까지로 확대되었다. 여행기간 동안 들렀던 곳들을 구글맵에 .. 2013. 4. 25.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오 詩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꾄다 갈리 있오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와 자셔도 좋오 왜 사냐건 웃지요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서정시들 중에서도 외우기가 쉬워서(짧으면서도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입에 달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이 시의 마지막 한 소절 "왜 사냐건 웃지요"를 수도 없이 인용했을 것이다. 삶의 적재적소에서 말이다. 새삼스럽게 그 시절 국어 수업시간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다만 이제와서 당시 배웠던 싯구들이 한층 더 새롭게 마음에 와 닿는다. 시인 김상용은 20세기의 시작인 1902년에 태어나 소년시절에 3.1운동의 현장에 있었던 분이다. 이 시는 그로부터 한참 후인.. 2010. 7. 27.
삶의 빛 - 프로방스의 황혼 흔히 인생의 여정을 마칠 즈음을 황혼에 비유하곤 합니다. 하루 해가 다 가고, 태양은 서산 너머로 넘어갔으니 그 빛이 희미해졌고 마지막 남은 빛이 하늘에 미련으로 떠돌아 붉게 물든 노을이 곱습니다. 오늘이 그 인생의 마지막 날인 이는 저 마지막 해넘이를 어떤 심정으로 보게 될까요? 제 눈엔 하루의 수고를 마치고 맞이하는 휴식에 걸맞는 아름다운 밤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제 인생의 황혼이 가깝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그런 생각은 한참은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해가 바뀌는 것이 이제는 슬슬 빨라지는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네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보는 이 저녁놀이 누군가의 황혼이라면, 나의 황혼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었으면.. 2010.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