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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이름 없는 들풀이지만

by likebnb 2010. 7. 29.

2008년 6월 24일, 교대부속 담장 위



'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피듯이, 어려움 속에서도 꿈은 있지요~'

소시적 부르던 동요의 한 소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광경에 매료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한번씩 올려다보고 지나갑니다.

처음 담장 위에 뿌리를 내렸을 그 때엔 정녕 몰랐을 겁니다. 그 곳이 그렇게 척박한 곳이라는 것을.
아무리 보아도 그 담장 위에선 물이라곤 있을 것 같질 않습니다.

요즘 처럼 무더운 날씨에 타들어가는 듯 작렬하는 태양빛에 목 마르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견하고 경이롭다는 생각 밖엔 들지 않습니다.

한 때, 저 역시도 마치 저 담장 위 들풀과 같은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요. 앞뒤좌우로 꽉 막혀서 어디 한군데도 도움의 손길을 바랄 수 없는
그런 시절을 사오년 정도 겪었습니다. 어떻게 살아냈는지...

이제와서야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숨이 턱 막히고 입이 바짝 타오르는 그런 나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의 시간도 끝은 왔고 고생한 보람이 있습니다.

요즈음 출퇴근길에 그 담장 옆을 오가며 고개 들어 눈길 한번 줄 때 마다 맘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한낱 들풀도 저렇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고난을,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두 발로 그늘을, 쉼을 찾아갈 수 있고, 두 손으로 일하여 수고의 댓가를 취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눈앞에 당장에 어려워 보이는 일이 있을지라도 이겨내리라고, 나에겐 꿈이 있음에.


[후기]

어제 기다리던 비가 내렸습니다. 퇴근길, 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언제나 처럼 들풀 앞을 지났습니다.
여전히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들꽃이 저에게 한마디 하는 듯 합니다.

'이보게, 비가 와서 그런지 시원하네 그려. 잘 지내고 있지!'

되려 제 안부를 물어주는 듬직한 녀석입니다.



[Thinking like Barnabas...]

이 글을 쓴 것이 벌써 2년 전이로군요, 지금은 제가 근무하는 직장이 이사를 해서 교대에 갈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담장 위 들풀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놔서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다시 들춰보기도 하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지요.

이제 장마는 끝이 나고 본격적인 폭염의 시절로 접어든다는 예보를 오늘 아침에 들었습니다. 문득 한 여름을 버텨냈던
그 들풀이 생각이 나더군요. 한 고비 넘기고 나면 다시는 어려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인생살이가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초연하고도 의연하게 역경을 맞이하고 이겨내는 것이 필요할텐데요.
그런 역경의 시절이 찾아오면 이 들풀을 떠올리며 힘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