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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69

불을 품어라 헤이리에 갔습니다.우리가 종종 찾아가는 그 곳 마당엔 늘 그렇듯이 모닥불이 지펴져 있습니다. 유난히 오늘은 그 파랗고 빨간 불꽃이 눈이 부십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까닭일까요?몸에 느껴지는 열기 보다는 눈에 어리는 불꽃이 더 강렬합니다. 내 가슴 속에도 저런 불꽃을 품고 싶어집니다. 2012. 11. 11.
가을에 피는 꽃들 중에 코스모스 만한 것이 또 있을까? 가을에 피는 꽃들 중에 코스모스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소시 적에 이사를 많이 다녔었다. 그 중에서도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의 이사간 날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학교에 등교한 사이에 이사는 이루어졌고, 하교 후에 물어 물어 이사간 곳을 찾아 갔다. 그 때 걸었던 그 길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왠지 나의 기분을 알아주는 듯 하늘거리는 것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고그날 이후로 난 코스모스와 남 모르는 유대를 갖게 되었다. 이제야 그것이 추억이 되었지만어린 마음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무게였다. 2012. 9. 29.
꽃기린을 아세요? 이 식물을 처음 접한 것은 2008년 무렵이다. 현재 몸 담고 있는 직장이 원래는 서울 교대 근처에 있을 때다. 휴게실에 화초가 제법 많았는데 그 화초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이 바로 이 식물이었다.빨간색으로 두 장의 꽃잎이 나를 올려다보는 것 처럼 얼굴을 환하게 펴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기에 관리하시는 분에게 그 이름을 물었다. "꽃기린" 두 해 쯤 전에 동물원에서 기린을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으나 기린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하지만 이 꽃기린은 예쁘다. 밝은 태양광을 좋아해서 눈 부시지만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고 있는 빨간색, 두 장의 꽃잎이 특히 맘에 쏙 든다. '언제고 직접 한 번 키워 보리라' 맘 먹었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아는 이가 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는 꽃기린에.. 2012. 6. 10.
해질 무렵, 여름 내음이 파고든다. 며칠 전 서둘러 귀가한 덕분에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내릴 수 있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보도 블록 위로 발을 내딛으면서 본능적으로 심호흡을 한다. 답답했던 가슴을 파고드는 해질녘의 여름 내음이 허파 구석구석으로 삽시간에 퍼진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삼십여년 전 한 소년의 기억으로 가득 매워진다. 누구에게나 자기 만의 계절, 자기 만의 향기가 마음 속 한 켠에 기록되어 있으리라. 그리고 그 계절의 내음은 문득 문득 떠올라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버스에서 내려 설 때, 가슴을 펴고 눈을 크게 뜬 뒤 가슴 깊이 이 계절의 내음을 깊이 들여 마셔 보자.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어 반겨주는 해질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오늘도 행복한 날이리라. 2011.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