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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69

둘째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중에... 아프다는 핑계로 일찍 귀가했습니다. 노트북도 일부러 회사에 놓고 왔지요. 거실에 있는 앉은뱅이 책상에 자리를 잡고 며칠 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폈습니다. "꼴, 좋다" 책 제목이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 자동차 디자인의 선구자인 박종서님이 지은 책인데 내용이 참 재밌습니다. 어제 저녁에 작은 아이에게 건내주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기에 얼마나 읽어봤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몇몇군데 재밌는 부분이 있었노라고 하더군요. 몇 페이지 읽어가고 있는데 아이의 엄마가 문제집을 제가 앉은 맞은 편에 펼쳐놓고 작은 애를 부릅니다. 아빠가 있는 동안에 아빠의 권위를 빌어 아이가 미뤄둔 오늘의 분량을 채울 심산인가 봅니다. 아무튼 불려온 아이는 맞은 편 자리에 앉아서 군말 없이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 2011. 3. 31.
담쟁이 처럼 한걸음 한걸음 씩 걸어라 식물들 중엔 발이 달린 짐승 처럼 그 자리를 옮겨다니는 것들이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생을 마감할 때 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물들에게 기대하는 것이지만요. 이렇듯 우리가 상식적으로 또는 보편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쉬이 여기는 바람에 놓치고 사는 것들이 많은줄 압니다. 담쟁이의 흡판도 그런 류의 일반적인 상식 덕분에 가려져 있는 재미난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담쟁이 하면 당연히 벽을 타고 기어 오르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떻게 벽에 그렇게 달라 붙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전에 제가 북청동에서 담았던 사진과는 대조적인 오늘의 이 사진 한 장은 살아있는 담쟁이의 생명력과 이동 본.. 2011. 1. 21.
아픔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리오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덧 울창한 가지를 자랑할 때 즈음이면 제법 쓸만한 재목이 되어 으레 목수의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여기 사진의 잘 다듬어진 곧게 뻗은 나무 기둥도 예외는 아닐 것이 그 시작은 역시 작은 씨앗으로부터였을 것입니다. 이 사진을 담아낼 당시엔 사실 비바람과 햇볕을 못이긴 채 터져서 갈라져 버린 한 줄기 세월의 상처가 눈에 들어와서 였습니다만 이제 다시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몫은 다 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인생들 중 누군들 유년기와 소년기 등의 여정을 거치지 않은 이가 있을 것이며 때가 되어 누군가에게 그 재능을 인정받지 않은 이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픔과 좌절이 없는 인생이 또 어딨겠습니까? 다만 .. 2011. 1. 19.
따뜻한 햇볕을 머금은 맑은 미소의 들국화 겨울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새 해가 시작된 지도 이제 보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오늘, 생각해보니 지난 연말엔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 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글을 쓸만한 계기를 줄 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 앨범(노트북의 사진 폴더)을 뒤적이다 이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몇 해 전 가을에 큰 애를 따라 참석한 과학행사장인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발견한 들국화. 가을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면서 맑은 노란색 얼굴에 함박미소를 띄고 있는 향기로운 들국화. 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매서운 북풍은 잠시 잊혀진 듯 합니다. 오랫만에 맛보는 여유로운 휴일의 끄트머리가 아쉽기는하나 이 맑은 미소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내 얼굴.. 2011.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