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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5

맞잡은 손은 살아보니 어둡고 암울했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음산하고 축축하며 앞을 알 수 없는 어둠의 터널은 끝이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음으로 인한 두려움은 우리 가슴을 짓누르고 사기를 꺽어 놓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어두운 터널에서라도 심지어 부패한 것들로 가득찬 스올1)의 뱃속에서라도 마음 든든한 이의 따뜻한 손 맞잡고 있다면 결코 두렵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어둠을 헤치고 결국에 다다를 광명의 빛을 향한 희망에 가슴 벅찰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기 어두운 터널을 지나와 이제 막 빛의 세계로 나가려는 모녀를 보십시오. 그들이 길을 잃지 않고 어두움을 뚫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렇게 맞잡은 두손이 있었기에 그 맞잡은 손에는 서로의 온정이, 가슴에는 서로를 북돋은 사랑의 빛이 있었기 때문일 것.. 2010. 7. 31.
이름 없는 들풀이지만 '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피듯이, 어려움 속에서도 꿈은 있지요~' 소시적 부르던 동요의 한 소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광경에 매료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한번씩 올려다보고 지나갑니다. 처음 담장 위에 뿌리를 내렸을 그 때엔 정녕 몰랐을 겁니다. 그 곳이 그렇게 척박한 곳이라는 것을. 아무리 보아도 그 담장 위에선 물이라곤 있을 것 같질 않습니다. 요즘 처럼 무더운 날씨에 타들어가는 듯 작렬하는 태양빛에 목 마르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견하고 경이롭다는 생각 밖엔 들지 않습니다. 한 때, 저 역시도 마치 저 담장 위 들풀과 같은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요. 앞뒤좌우로 꽉 막혀서 어디 한군데도 도움의 손길을 바랄 수 없는 그런 시절을 사오년 정도 겪었습.. 2010. 7. 29.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오 詩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꾄다 갈리 있오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와 자셔도 좋오 왜 사냐건 웃지요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서정시들 중에서도 외우기가 쉬워서(짧으면서도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입에 달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이 시의 마지막 한 소절 "왜 사냐건 웃지요"를 수도 없이 인용했을 것이다. 삶의 적재적소에서 말이다. 새삼스럽게 그 시절 국어 수업시간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다만 이제와서 당시 배웠던 싯구들이 한층 더 새롭게 마음에 와 닿는다. 시인 김상용은 20세기의 시작인 1902년에 태어나 소년시절에 3.1운동의 현장에 있었던 분이다. 이 시는 그로부터 한참 후인.. 2010. 7. 27.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지만 - 2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지만 - 2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습니다. 내 가슴을 파고 들어 오는 그 날카로운 끝으로 인해 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많은 밤을 아파하고 원망하며 뜬 눈으로 지새웠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기라도 하면 그 못이 전극이라도 된 것 처럼 온 몸이 저려와 잠시 잊혀졌던 아픔을 되살려냈습니다. 살아야겠기에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그 아픔에 무뎌지기 위해 군데 군데 옹이를 심었습니다. 모진 비바람에도 마음 저리지 않고, 다시는 어떤 날선 못도 내 가슴에 처박히지 않도록 나는 돌 보다도 더 딱딱한 마음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그후로도 많은 낮과 밤이 흘렀습니다. 그러는 어느날 문득 나는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내게 남긴 못자국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내게 남긴 못자국으.. 2010.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