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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5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지만 당신이 내리친 그 큰 못으로 인해 견딜수 없는 극한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내리친 못으로 인한 아픔은 잠시였지만 마음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지워지질 않습니다. 촉촉한 봄비가 내려도 내 몸은 움츠러 듭니다. 그 못자국으로 생긴 상처를 타고 흘러들어온 빗물에 온 몸이 저려오기 때문입니다. 곡식들이 한창 익어가는 여름 한 철에도 나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내리쬐는 뙤약볕에 결국 내 의지 마저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겨울 세찬 눈보라를 겪은 것이 벌써 몇 해, 이젠 온 몸 곳곳에 세월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당신이 남긴 그 못자국에 비하면 세월이 만든 상처들은 그리 대단한 것 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내게 못자국을 남겼지만 나는 그 못자국으로 인하여 지금 여기 .. 2010. 7. 25.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 신약성서 고린도전서 13장에서 - 오늘도 지나간 옛 사진을 정리하는 중에 "내가 이런 사진을 찍었었나?" 싶은 사진이 또 한장 나왔습니다. 아마도 "언제고 이 사진을 소재로 하여 짤막한 글을 하나 써봐야지 " 하는 마음에 카메라로 담아 뒀을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랑에 대해서 뭘 알고 있기에 남들에게 읽힐 글을 쓸수 있을까..." 그리하여.. 2010. 7. 22.
압축된 시간, 퇴적암을 바라보며 퇴적암(Sedimentary Rock), 지구 표면의 75~80%를 뒤덮고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에 걸처 바람에 깍인 암석의 잔해나 하천의 물살에 의해 떠내려온 광물질 등이 쌓이고 눌려서 층을 이룬 것을 "쇄설성 퇴적암"이라고 부른다 했다. 이름이야 어떻든 지금 내 눈에 띄인 이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은 유구한 인고의 세월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각각의 층리들은 우리 인류가 짐작할 수조차 없는 유수한 세월이 축적된 것이요. 그 각 층에 압축된 물질들은 한 장소로 흘러들어온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마치 녹음기에 의해서 자기 테이프에 음향이 기록되듯 이 층리 마다에는 퇴적 당시의 자연 변화들이 기록되어 있다. 어느 날, 그냥 발길 가는 데로 훌쩍 바닷가로 떠났습니다. 태생이 바닷가 출신인지라 바다가 .. 2010. 7. 20.
네 스스로 건널 수 있을 때 까지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혼자서는 무서워도 아버지의 따스하고 믿음직한 손을 잡고 건너는 징검다리는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까지 한 어린 딸이 있습니다. 신기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걸음 한걸음이 무섭기도 한 딸 아이의 손을 붙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버지는 먼 장래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내 손을 의지하고 부여잡고 놓지 않는 딸이지만 언제고 스스로 혼자서 징검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어느날이 오면 아버지의 손에 잠시 맡겨졌다가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 남편이 된 다른 남자의 손을 붙잡고 영영 떠나 갈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린 딸의 징검다리를 건너던 그 시절에 붙잡았던 그 손의 따스한 온기가 언제까지나 가슴 속 깊은 곳.. 2010.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