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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17

삶의 빛 - 봄볕을 사랑한 담쟁이 봄볕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따갑다. 담쟁이의 줄기에서 떨어져 나간 흡판이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개체인 것 처럼 홀로 서기를 했다. 아마도 지난 해 겨울을 나지 못하고 말라버린 것이리라. 담쟁이는 본능적으로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본능의 구체적인 표출로서의 흡판은 참으로 놀랄 만 한 것이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의 본능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동 본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흡판은 흡사 우리의 발과도 같은 것이리라. 봄볕을 쫓아 나섰지만 생동하는 새 생명이 아닌 지난 해 봄볕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빛에 반응하지 않는 담쟁이를 보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상에 젖어 들었다. 오우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벽화 처럼, 한 가닥 한 가닥을 마치 누군가가 풀.. 2010. 7. 10.
한이 서린 꽃, 금낭화(며느리주머니) 금낭화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꽃으로 우리말 이름은 며느리주머니, 며늘취 등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선 중부 이북 지역의 산에서 주로 자생하는데 약(진통제, 특히 복통에)으로도 쓰이지만 과용할 경우 독이 된다고 합니다. 양귀비과라고 하니까, 조심해야겠죠? 여러해살이 풀로 키는 50~60cm까지 자라난다고 합니다. 매발톱꽃하고 키가 비슷해요. 가는 활대 모양의 줄기에 일렬로 가지런히 꽃이 피는 모습이 특이합니다. 우리 나라 야생화들은 유독 "며느리"라는 이름이 많이 들어 가는데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가 많아요. 이 꽃, 며느리주머니의 경우도 엇갈리는 두 종류의 이름에 대한 기원이 있다고 합니다. 새로 시집 온 며느리가 차고 있는 예쁜 주머니가 그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매운 시집살이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2010. 6. 27.
매발톱꽃을 아세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요. 아닌게 아니라 일년 중 꽃구경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5월에 피는 많은 꽃들 중에 오늘은 매발톱꽃을 소개할까 합니다. 매발톱꽃은 깊은 산 속 개울가나 자갈밭 또는 계곡 주변의 양지 바르고 통풍이 잘되는 곳, 또는 구름과 안개가 많이 끼는 곳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하지만 제가 매발톱꽃을 만난 곳은 얕은 산 기슭이었네요. 시에서 공원을 조성해 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예쁜 꽃을 일부러 심어서 잘 키워줬습니다. 오랫만에 세금 낸 보람이 있네요. 표지에는 6~7월에 개화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사진을 담을 때는 5월 초였습니다. 많이 자라는 녀석은 1미터 정도까지도 키가 자란다고 합니다. 제가 본 것은 약 50cm 정도 매발톱꽃의 꽃봉우리입니다. .. 2010. 6. 25.
목련의 일생 - 사월의 노래 사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러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지난 4월, 보송보송한 솜털로 뒤덮인 목련 꽃송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박힌 보석 처럼 빛나기 시작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수줍게 얼굴을 내민 목련 꿈만 같은 봄의 날들이 계속되고 목련은 봄볕에 겨워 온 몸을 풀어 헤치고 만.. 2010.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