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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남자

신비의 섬

by likebnb 2010. 5. 8.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날이 궂은 날이면 뜨듯한 아랫목에 엎드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책을 읽곤 했다. 당시 내겐 공부방이나 책걸상이 따로 있질 않았었기에
자연스레 큰방 아랫목은 나의 독서실이자 독서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유하지 못했을 뿐더러 빠듯했던 살림이었지만 어머니께선 아들래미에게 책 사주시는 것엔
후하셨기에 어린 시절의 나는 책을 통하여 갖가지 꿈을 꿀 수 있었다.

당시 읽었던 책들 중에서 지금도 종종 기억에 떠오르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십오 소년 표류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바로 그 '십오 소년 표류기'의 작가인 쥘 베른의 명작 중의 명작인
'신비의 섬(The Mysterious Island)'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을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하였지만  
공간적으론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남태평양의 한 섬이 이 소설의 무대가 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이 외딴 섬에 불시착하게 된 다섯 명의 남자들 - 쥘 베른의 소설에선 좀처럼 여자가 등장하질
않는다 - 은 사이러스 스미스를 중심으로 하여 그들 만의 세계를 구축해 간다.

 






신비의 섬을 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선 반드시 책의 앞표지 부분에 있는 지도를 머릿 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물론 처음 부터 이 지도에 나오는 지명이나 구축물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로지 다섯 남자들에 의해서 발견되어 이름 붙여지고 개척되어 구축된 것들이다.
물론 이 섬의 지도를 맨 처음 디자인 하고 각각의 이름을 지어낸 것은 쥘 베른 자신이다.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드문드문 등장하는 삽화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삽화는 쥘 데카르트 페라(Jules Descartes Ferat, 1829~90)가 판화로 제작한 것으로 데카르트 페라는 베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수차례 삽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 삽화들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한 장면이 있다면 사이러스 스미스가 그의 지적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발견한
천혜의 요새를 그린 것으로 삽화를 통해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사이러스가 이 요새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아마도 링컨섬에서의 첫 겨울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쥘 베른의 소설들은 거의 모두 이런 모험을 다룬 것들이다. 더우기 그의 소설엔 항상 풍부한 과학과 기술 정보가 가득하다.
물론 스토리의 구성이나 전개 또한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몰입하도록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읽어 내려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은 독자들을 배려함일 것이다.
사실 내 경우에도 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을 - 그의 소설들 중에서도 가장 길다고 할 수 있다 - 거의 삼일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주말을 다 소비했지만 말이다.

 




2권과 3권을 읽는 중에 이 모험을 위해 쥘 베른이 설치해 놓은 장치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가 이미 발표했던 이전 소설의 주인공들을 '신비의 섬'으로 불러들여서 이 작품을 통해 그 주인공들의
최후를 알려주는 친절도 베풀고 있다.

그러므로 정신 바짝 차리고 읽으시라. 물론 그 주인공들이 등장했던 이전 소설들을 이미 읽었다면
더욱 그 재미가 더 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흠이 될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십오 소년 표류기를 재미있게
읽으셨던 분이라면 반드시 이 책, '신비의 섬'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Thinking like Barnab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