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읽는 남자

왜 쓰는가

by likebnb 2010. 5. 12.

요즘 자꾸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간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도 작가들의 조언이나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이 담긴 책에 손이 간다.
폴 오스터(Paul Auster)의 '왜 쓰는가'라는 책도 그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이 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없이 서가에서 꺼내 들었다.
게다가 한 몫 거든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의 이름이
낯이 익다는 것이었다. 물론 책 표지의 디자인도 좋았다.






책을 펼처 들었을 때, 또 한 번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나 볼 법한 손글씨체가 페이지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처음엔 목차만 그런가 했는데 페이지를 넘기자 책의 마지막 장까지 모두 손글씨체로 씌여져 있다.

덕분에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허락 받은 것과 같은 특별함과 친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론 '왜 쓰는가' 라는 제목에 걸맞게 정말로 작가 스스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를 받아든 느낌도 들었다.









짧은 몇 편의 글들로 분량도 적을 뿐더러 에피소드들이 재미가 있어서 읽는 데 어려움 없이 금새 다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어느 글에선가 읽었던 "생각없이 읽는 것은 씹지 않고 밥을 먹는 것과 같다"는 말이 떠 올려지는 글들이다.
우선 짚어 보고 싶은 에피소드 하나는 작가의 유년기 시절, 야구장에서 비롯된 '연필 사건'이다.
실은 나도 비슷한 습관이 하나 있기에 공감 백배. 연필 대신 만년필을 가지고 다니는 게 다를 뿐이다.

어쨌든 폴 오스터는 당시 유명했던 야구 선수로부터 싸인을 받아내지 못한 이후로
늘 연필을 가지고 다녔고 그것이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데 어느 정도 일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중간에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라는 글에서는 오스터 자신에게 또 그의 작품에 보여준
루슈디의 배려에서 작가가 느꼈을 법한 감흥을 그대로 전해 받을 수 있었다.
그냥 어딘가에 팽겨쳐저서 잊혀졌을 거라 여겼던 자신의 작품 원고에 노작가가 직접 꼼꼼하게 메모를 써넣어서까지
탐독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오스터는 루슈디의 살아 생전에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늙은 작가의 귀에 들려줄 수 없었기에 말이다.

그래서 오스터는 글을 썼다.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를 말이다.




마지막 글은 그의 작가로서의 소명과 국가관 그리고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인권을 유린 당한 '한 사람'을 위한 글이다. 아울러 그 한 사람의 생명을 손에 쥐고 있는 한 권력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며 국민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고자 하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글이기도 하다.










그리고 후배 작가들에게 전하는 모범의 글이기도 하다. 단지 쓰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충족 시키기만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왜 쓰는가",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작은 책이지만 결코 적지 않은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작가 자신의 소신과 인생을 진심으로 담은 글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Thinking like Barnabas...]

깨달음이 있는 글, 감동이 있는 글 그리고 적어도 진실된 글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