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kebnb83

헤이리의 가을, 꽃 "헤이리에 가 보셨어요?" 이미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아, 거기!" 아니면 "아, 거기..."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이시리라 생각합니다.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곳, 재미 있는 형태의 건물들이 많은 곳, 특별해 보이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곳 등 헤이리를 설명하는 표현들이 있지만저에게 있어서 헤이리는 각양각색의 식물들과 더불어 꽃들이 많은 곳입니다. "어디 이 꽃 이름 아시는 분 없으신가요?" 헤이리엔 유난히 꽃이 많습니다. 아니 도심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어서 헤이리가 많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요.그리하여 얼마 전에 시간을 내서 헤이리에 다녀왔습니다. 가을꽃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구요.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참 많더군요. 이름을 불러주기 전엔 "의미"로 다가올 수 없을텐데... 무지를 한탄 할 수 .. 2012. 9. 23.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사진 한 장 이 사진 속의 계절은 무엇일까? 꽃 피는 봄일까, 아니면 무더운 여름일까. 풍요의 계절 가을일까. 아니면 동장군이 위엄을 떨치는 겨울일까. 그냥 사진 만 봐서는 좀처럼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기억에 의존할 뿐. 사진 속의 저 곳을 다녀왔던 그 때, 그 곳에 함께 했던 이들. 그리고 그 시절의 기억들이 이 사진 속의 계절을 가늠하게 한다. 지금은 그나마 기억하지만 언제고 다시 이 사진을 보게 되었을 때 여전히 기억을 해 낼 수 있을까? 파도가 밀려오는 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 가뒀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순간의 파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들 기억 속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지만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란 것도 서서히 희미해질 것이다. 2011년 4월 1일, 경포.. 2011. 12. 18.
해질 무렵, 여름 내음이 파고든다. 며칠 전 서둘러 귀가한 덕분에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내릴 수 있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보도 블록 위로 발을 내딛으면서 본능적으로 심호흡을 한다. 답답했던 가슴을 파고드는 해질녘의 여름 내음이 허파 구석구석으로 삽시간에 퍼진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삼십여년 전 한 소년의 기억으로 가득 매워진다. 누구에게나 자기 만의 계절, 자기 만의 향기가 마음 속 한 켠에 기록되어 있으리라. 그리고 그 계절의 내음은 문득 문득 떠올라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버스에서 내려 설 때, 가슴을 펴고 눈을 크게 뜬 뒤 가슴 깊이 이 계절의 내음을 깊이 들여 마셔 보자.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어 반겨주는 해질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오늘도 행복한 날이리라. 2011. 9. 1.
둘째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중에... 아프다는 핑계로 일찍 귀가했습니다. 노트북도 일부러 회사에 놓고 왔지요. 거실에 있는 앉은뱅이 책상에 자리를 잡고 며칠 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폈습니다. "꼴, 좋다" 책 제목이 그렇습니다. 우리 나라 자동차 디자인의 선구자인 박종서님이 지은 책인데 내용이 참 재밌습니다. 어제 저녁에 작은 아이에게 건내주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기에 얼마나 읽어봤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몇몇군데 재밌는 부분이 있었노라고 하더군요. 몇 페이지 읽어가고 있는데 아이의 엄마가 문제집을 제가 앉은 맞은 편에 펼쳐놓고 작은 애를 부릅니다. 아빠가 있는 동안에 아빠의 권위를 빌어 아이가 미뤄둔 오늘의 분량을 채울 심산인가 봅니다. 아무튼 불려온 아이는 맞은 편 자리에 앉아서 군말 없이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 2011.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