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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황국을 보며

by likebnb 2010. 6. 20.


 


풍상(風霜)이 섞어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黃菊花)를

금분(金盆)에 가득 담아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꽃이온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학창 시절에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면앙정 송순의 시조입니다.
제작년 가을 무렵에 어느 식당 앞을 지나다가 기품있고 향이 그윽한 노란 국화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카메라로 담아 보았습니다.

황국이 달리 무슨 뜻을 지녔겠습니까만은 그래도 누군가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참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우리 삶에 필요한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표현 방식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또 어떤 이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헤아리면 족하지 않은가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찌 사람이 신이 아닐진대, 표현하지 않은 것을 읽어낼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심란하고도 복잡한 문제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말입니다. 누군가 내 기분을 헤아려준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마음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말로써
표현해주고 무엇이 되었든 간에 몸소 몸을 움직여 내게로 그 마음이 닿도록 하여 준다는 것.

그것이 갖는 폭발적인 위로와 격려가 그 심란한 문제를 딛고 일어서기에, 서리 섞인 비바람에 찢기고 할퀸 상처 투성이인
내 마음을 녹이고 싸매주고 다시 일어설 용기와 소망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라는 것.
이것을 면앙정 송순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내게도 면앙정과 같은 벗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화(Chrysanthemum) 이야기]

국화는 가을꽃이라고들 알고 있지만 여름에도 그리고 겨울에도 핀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하국(夏菊)과 동국(冬菊)이 그것입니다.

통꽃이라고 들어 보셨지요? 국화는 국화과의 국화속 식물로,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하나하나가 모두 암술과 수술이
들어 있는 꽃입니다. 그 꽃들이 모여 우리가 꽃이라 생각하는 한 송이의 꽃을 이루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국물에 넣어 시원한 맛을 내는 쑥갓도 국화속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하네요. 구절초도 그렇다고 하구요.
국화는 번식이 상당히 쉬운 식물입니다. 톱니모양의 잎을 하나만 떼어서 부드러운 흙에 꽂아만 두어도 뿌리가 내린다고 하니까요.
또 여러해살이풀이기에 한 번 심어두면 매년 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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