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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삶의 지혜가 담긴 우리 말

by likebnb 2010. 6. 23.


제목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살다보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들 중에서 재미난 것들이 있어서요.

오늘은 그 중 몇 개의 어휘들을 나열해 보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저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어에
무슨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또 제가 쓴 글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혹여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고쳐서 바로잡아 주시면 저로선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속 깊은 독자라면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실 것이며 댓글에서
그 확장된 이야기가 얼마든지 풍성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출(外出)의 순 우리말은 '나들이' 그리고 영어에서의 표현은 go out 입니다.
서랍(舌盒)의 순 우리말은 '빼닫이' 그리고 영어에서의 표현은 drawer 입니다.




먼저 외출의 경우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자어와 영어의 경우는 직역을 하더라도 그 뜻이 별반 차이가 없어보입니다만.
한글의 경우엔 특별한 무엇이 더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엔 '나갔다' 라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은 나가고,
다시 들어오는 것에까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지요.

간단한 차이인 것 같지만 저는 이 사소한 차이가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서랍을 보겠습니다. 원래의 이 단어는 한자어 설합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발음이 서랍으로 굳혀진 것입니다.
혀 舌자에 합 盒, 이 두 글자의 의미를 직역해 보자면 혀처럼 입 안에 있다가 뻗어 나오는 작은 상자가 되겠습니다.

이 서랍이라는 글자의 영어식 표현은 drawer로 역시 '당기는 것' 정도의 해석이 가능한 단어이지요.

반면 제가 순 우리말이라고 했던 '빼닫이' 라는 말은 실은 표준어가 아닌 지방 방언입니다만 일상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말이기에 비교 차원에서 가져왔습니다. 자 빼닫이 라는 한글 단어를 한번 살펴보시지요. 직감적으로 알아보시는 바와 같이
빼고, 닫고의 두 가지 동작을 설명하는 하나의 단어입니다.

이 밖에도 밀어서 열고 닫는다는 의미로 '미닫이', 열고 닫는다의 의미로 '여닫이'. 들고 나는 길목이라는 의미로 '나들목'
등등 수 없이 많은 예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류의 한글 단어들 속에서 지나간 분들의 지혜와 통찰력을 엿보았습니다.

흔히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자 그 문화를 주도해 나가는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의 문화는
억지스럽지만 온갖 지혜와 통찰력, 즉 사물의 이름을 짓는 것에조차 이러한 통찰력이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그 쓰임새를
구체적으로 내포한 이름을 지어낼 만큼 실용주의적인 문화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 잘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잘 물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단어 하나하나에 지나간 분들의
지혜와 통찰력이 담겼을 뿐 아니라 우리가 덧붙힌 주석과 새로운 의미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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