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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는가 요즘 자꾸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간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도 작가들의 조언이나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이 담긴 책에 손이 간다. 폴 오스터(Paul Auster)의 '왜 쓰는가'라는 책도 그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이 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없이 서가에서 꺼내 들었다. 게다가 한 몫 거든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의 이름이 낯이 익다는 것이었다. 물론 책 표지의 디자인도 좋았다. 책을 펼처 들었을 때, 또 한 번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나 볼 법한 손글씨체가 페이지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처음엔 목차만 그런가 했는데 페이지를 넘기자 책의 마지막 장까지 모두 손글씨체로 씌여져 있다. 덕분에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허락 받은 것과 .. 2010. 5. 12.
고향의 바다 몇해 전 설, 고향에 내려 갔을 때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종점에 위치한 내 고향집 가는 길 옆으로 전에 없던 다리가 놓인 것을 보았다. 어린 시절 종종 철선을 타고 건너 다녔던 압해도. 그 섬을 이젠 다리를 타고 건널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에 도착한 다음 날 오후에 그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갔다. 학창시절엔 이 섬에 참 많이도 왔었다. 그 때의 추억이 더듬더듬 떠올려지는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 갔다. 당시엔 포장된 도로가 없었지만 이젠 섬 곳곳으로 이어진 길이 대부분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길 양쪽으로 여전히 포도밭, 배밭 그리고 전엔 흔치 않았던 무화과 밭이 눈에 띈다. 드디어 섬의 거의 끄트머리까지 왔다. 송공산이 보인다. 산의 기슭으로 조금 올라가서 저 쪽 바다를 내려다 본다. 그리고 한 폭.. 2010. 5. 11.
무엇과 함께 담아낼 것인가? 오랫만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저기 전선들이 마주치는 곳에 해가 걸려 있다. 여기 이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일년 삼백육십오일의 해넘이를 바라봤을 이 전주들. 오늘은 갑자기 이 친구들이 부러워진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이제 막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을 내놓은 은행나무가 서 있다. 은행나무도 역시 이 자리에서 사계절을 누리면서 매일의 황혼을 즐겼으리라 생각하니 이도 역시 부러워졌다. [Thinking like Barnabas...] 화면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무엇과 함께 담을 것인가이다. 물론 지금 이 사진의 주인공은 우선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는 태양이다. 하지만 화면 가득 메우는 태양이 아닐 바에는 이 주인공과 함께 밋밋한 사진을 채워줄 조연을 캐스팅.. 2010. 5. 9.
수평분할 구도에 대해서 며칠 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서쪽으로 넘어가는 태양을 보았다. 항상 한밤이 되어서야 귀가하는 형편이었기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해넘이를 구경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서로 다른 구도를 갖도록 크롭해 보았다. [Thinking like Barnabas...] 거창하게 제목을 붙였다. 수평분할구도라... 하지만 사실 단순하기 그지 없는 구도가 바로 수평분할구도라는 것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에 따라선 이도 그 응용이 많겠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으니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같은 사진, 그러니까 같은 대상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구도에 따라 전혀 다른 .. 2010.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