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69 황국을 보며 풍상(風霜)이 섞어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黃菊花)를 금분(金盆)에 가득 담아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꽃이온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학창 시절에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면앙정 송순의 시조입니다. 제작년 가을 무렵에 어느 식당 앞을 지나다가 기품있고 향이 그윽한 노란 국화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카메라로 담아 보았습니다. 황국이 달리 무슨 뜻을 지녔겠습니까만은 그래도 누군가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참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우리 삶에 필요한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 표현 방식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또 어떤 이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헤아리면 족하지 않은가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찌 사람이 신이 아닐진대, 표현하지 않은 .. 2010. 6. 20. 에스프레소 (Espresso) 커피 좋아하세요? 제가 언제 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 지, 그 시작에 대해선 정확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 이후로 지금까지 줄곧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처음엔 아마도 호기심으로 시작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아이들은 커피를 마시면 안된단다." 라구요. 늘 그렇지요.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것이, '안된다'가 갖는 그 굉장한 마력 말입니다. 정확한 날짜와 그 계기는 모르겠고, 국민학교 사학년 시절에 이미 커피를 경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교시절엔 커피가 일종의 수단이었지요. 늦은 밤까지 깨어서 책과의 씨름을 해야 했던, 아니 천하장사도 어쩔 수 없다는 눈꺼플의 무게와 싸워야 했던 우리들의 병참 중 하나였지요. 상아탑 아래서 사뭇 진지.. 2010. 6. 19. 수필 '찰밥'을 읽고 찰밥을 싸서 손에 들고 새벽에 문을 나선다. 오늘 친구들과 소풍을 가기로 약속을 하고 점심 준비로 찰밥을 마련한 것이다. 내가 소학교 때 원족을 가게 되면 여러 아이들은 과자, 과실, 사이다 등 여러 가지 먹을 것을 견대에 뿌듯하게 넣어서 어깨에 둘러메고 모여들었지만, 나는 항상 그렇지가 못했다. 견대조차 만들지 못하고 찰밥을 책보에 싸서 어깨에 둘러메고 따라가야 했다. 어머니는 새벽같이 숯불을 피워가며 찰밥을 지어 싸주시고 과자나 사과 하나 못 사주는 것을 몹씨 안타까워 하셨다.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 여축은 못 해도, 내 원족 때를 생각하고 고사 쌀에서 찹쌀을 떠두시는 것은 잊지 아니하셨다. 나는 이 머머니의 애틋한 심정을 아는 까닭에, 과자나 사과 같은 것은 아예 넘겨다보지도 아니했고, 오직 어머니.. 2010. 6. 16. 비상 - 박차고 오르다 저 높은 창공을 유유히 날으는 한 마리 새. 날개를 떠받치고 있는 기류를 타고 아름다운 비행을 한다. 하지만 그 멋진 비행을 하고 있는 새도 하늘로 떠오르기 전엔 땅에 발을 붙이고 있었을 것이다. 멋진 비상을 꿈꾸면서... [Thinking like Barnabas...] '박차고 오르기' 위해서는 집중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말 표현인 '박차고 오르다'는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역동적인 표현인데다가 그 안에 앞서 얘기한 집중된 에너지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비상을 위한 집중된 에너지에 대해서 항공기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우리 나라 국내선의 경우, 이륙해서 순항고도에 이르기까지 소모하는 연료가 전체 연료의 반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즉, 대부분의 에너지를 이륙을 위해서.. 2010. 6. 3. 목련의 일생 - 사월의 노래 사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러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지난 4월, 보송보송한 솜털로 뒤덮인 목련 꽃송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박힌 보석 처럼 빛나기 시작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수줍게 얼굴을 내민 목련 꿈만 같은 봄의 날들이 계속되고 목련은 봄볕에 겨워 온 몸을 풀어 헤치고 만.. 2010. 6. 1. 남산 남산엘 다녀 왔습니다. 처음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 남산 근처라 종종 다녔던 곳인데, 오랫만에 가 봤습니다. 케이블카가 있어서 편하게 오를 수도 있지만 계단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남산타워, 그러니까 N타워가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정상에 도착하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빛사람' 입니다. 사실 정확하게는 사람들이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캄캄한 밤 하늘에 어디로선가 빛을 받아 반사하고 있는 것이 '빛사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남산의 상징이 된 N타워가 눈에 들어왔지요. 잎이 무성하게 난 나무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들이 마치 은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시각각 그 색이 바뀌는 조명을 둘렀기에 진득하게 앉아서 사진으로 담아 두면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다는 .. 2010. 5. 31. 이전 1 ··· 6 7 8 9 10 11 12 다음